"축의금 내고도 일 가야 한다며 밥 안 먹었다"
결혼식 5년 뒤 받은 택배에는 아이 옷과 편지 있어
결혼식 5년 뒤 받은 택배에는 아이 옷과 편지 있어
↑ 소재원 작가 / 사진 = 소재원 유튜브 '소뜰TV' 캡처 |
영화 '비스티보이즈', '소원', '터널'의 원작 작가로 유명한 소재원 작가가 자신의 결혼식과 친구에 얽힌 사연을 공개했습니다.
소 작가는 2일 오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결혼식에 와서 3만 원을 내고 간 친구'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습니다. 그는 같은 글을 페이스북에도 게재했습니다.
2015년 9월에 결혼한 소 작가는 "결혼식 때 3만 원을 내고 식비가 더 나온다며 밥을 먹지 않고 가려는 친구가 있었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이어 "유일하게 고향에서 올라온 몇 안 되는 친구였다. 난 억지로 녀석을 잡아 절대 가면 안 된다고 식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라 했다. 그러나 친구는 야속하게도 짧은 편지만 남기고 식이 끝나기 전에 떠났다"고 했습니다.
편지에는 '야간 일 들어가야 해서 먼저 간다. 미안하다. 진심으로 축하해. 넉넉하지 못해, 작게 내서 미안하다. 그래도 마음만은 아끼지 않고 축하한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고 합니다.
사실 소 작가는 친구의 어려운 형편을 알고, 청첩장을 보내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친구는 신문 기사에 뜬 소 작가의 결혼 소식을 보고 청첩장도 없이 결혼식에 참석한 것입니다.
소 작가는 "가난해 본 사람은 안다. 못해도 왕복 차비를 합쳐 10만 원을 썼을 텐데. 그 친구에게 그 돈은 많은 부담이 됐을 거다. 나는 괜스레 눈물이 났다. 미안해하며 밥도 먹지 않고 떠나는, 돈만 부치거나 문자 한 통만 보내도 충분했을 축하를 친구라고 얼굴을 보이려 서울까지 온 녀석이 알 때문에 악수 한 번과 짠한 눈빛으로 축하를 대신하고 급하게 버스에 오르는 모습을 상상하니 절로 눈물이 났다"고 했습니다.
결혼식이 끝나고 소 작가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친구는 반갑게 전화를 받았고, 두 사람은 덤덤하게 대화를 나눴다고 합니다. 소 작가가 "밥 먹고 가지"라고 하자 친구는 "그래도 제수씨 입장하는 건 봤어"라고 답했습니다. 또 소 작가가 "맛있는 거 많은데 밥 먹고 가지"라고 밀하자 친구는 "나중에 돈 많이 벌면 조카 장난감 많이 사줄게"라고 했습니다.
소 작가는 "우리는 동문서답을 이어갔다. 그리고 보이진 않지만 알 수 있었다. 서로 울고 있었다는 것을"이라고 당시 기억을 회상했습니다.
5년 뒤인 2020년 소 작가는 집에 온 택배를 뜯어보고 눈물이 핑 돌았다고 합니다. 택배를 보낸 이는 친구였습니다. 그 안에는 따뜻해 보이는 아이 옷과 편지가 들어있었습니다.
편지에는 '요즘 애들은 메이커 입힌다는데 미안하다. 그래도 장날에 나와서 돌아다니는데 아기 옷이 눈에 보였다. 안 살 수가 없더라. 밖에 입히고 돌아다니기 좀 그러면 집에서만 입혀'라고 적혀있었습니다.
소 작가는 "친구는 내 눈물을 빼내는 마법을 부리는 얄미운 녀석이다. 아내가 손빨래를 했다. 내일 건조가 되면 입히고 나가 사진을 찍어 보내주자고 했다"고 했습니다. 이어 "이번 주에 친구를 만나 밤새 술을 마시며 회포를 풀겠다"며 글을 마무리했습니다.
이 사연에 누리꾼들은 "저런 친구가 있다는 것 자체가 부럽다", "멋진 친구다", "저도 같이 눈물 흘리게 되네요"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소 작가가 쓴 친구와의 일화는 이미 지난해 소 작가 SNS에 올라온 적 있습니다. 소 작가는 2일 인스타그램에 "작년 오늘 자네의 이야기를 적은 내 글이 SNS에 남겨져 있었다네. 자네가 그리워 오늘 다시 여기저기 자네와 나의
이어 "한 달에 한 번도 묻지 못하는 안부가 오늘은 눈시울을 붉히게 만드네. 뭐가 그리 바쁘다고 자네 목소리도 듣지 못했는지. 오늘만큼은 온전히 자네만을 기억해보려고 하네. 무척이나 즐거운 하루가 될 것 같아 오랜만에 절로 웃음이 난다"는 친구를 향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