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영서(여·38세) 씨는 최근 들어 이유 없이 기침 증세가 심해지고 가슴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병원을 찾은 고 씨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고 씨는 젊고 담배도 피우지 않는데 폐암 진단을 받은 것이다.
흡연이 폐암을 일으킨다는 사실은 상식이다. 그렇다면 직접 담배만 피우지 않는다면 폐암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결론은 ‘NO’다.
특히 폐암 여성 환자의 대부분이 비흡연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암센터가 지난 2014년에 폐암 수술을 받은 환자 2,948명을 조사한 결과, 전체 여성 환자 831명 중 87.8%(730명)가 한 번도 담배를 피운 적이 없는 것으로 나온 것이다. 여성 환자 10명 중 9명은 비흡연자인 셈. 이는 직접 담배를 피우지 않더라도 충분히 폐암에 걸릴 수 있다는 이야기로 풀이된다.
◆ 폐암 원인? 간접흡연과 미세먼지
직접 흡연을 제외한 폐암의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릴 적 혹은 가족, 타인에 의한 간접흡연을 지목한다. 담배 연기에 직접 흡연 못지않은 독성 물질이 들어있어 특히 밀폐된 공간에서 흡연은 ‘제2차 흡연’, 즉, 간접흡연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간접흡연은 담배의 독성물질뿐 아니라 추가로 발생한 발암물질까지 흡입하게 된다. 즉 흡연 후 담배의 유해성분이 공기 중 아질산과 만나면 나이트로사민이 생성되는데 이는 발암물질 중에서도 독성이 가장 강한 물질로 폐암을 유발한다.
최근 흡연경력이 없더라도 폐암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 잦은 미세먼지와 황사, 대기를 오염시키는 원인 물질로 폐가 성치 못한 탓이다. 여러 전문가는 “폐암을 예방하기 위해 주기적인 검진을 하고 평소 깨끗한 공기를 마시려 노력하는 것이 합병증 위에서 벗어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기적인 조기검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폐암은 기침, 객혈, 흉통, 호흡곤란이 증상이 나타나지만 이쯤이면 이미 진행된 경우가 많다. 통계에 따르면 폐암 환자의 5~15% 정도가 무증상을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폐 이외의 장기에 전이가 진행된 경우라면 치료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사소한 초기증상도 예의주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 절제하는 것이 주된 치료법, 일본에서는?
폐암 치료는 초기의 경우에 암세포를 절제해 내는 것이 주된 치료 방법이다. 3기를 넘어가면 환자의 상태에 따라 수술, 방사선 치료, 항암 화학요법의 다양한 조합의 치료를 받게 된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근치적 수술 없이도 치료가 가능한 방법이 쓰이고 있다. 바로 ‘중입자선 치료’다. 중입자선 치료란 방사선 암 치료 방법의 일종으로 입자가속기 내에서 탄소 입자를 빛의 속도의 80% 이상 가속하여 X선의 12배, 양성자선의 3.2배 정도 강도로 환자의 암세포에 주사하는 치료법이다. 특히 꿈의 치료기술이라 불리는 것은 수술과 통증 없이 가볍게 치료할 수 있으며 정상 세포의 손상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치료 기간도 짧고 치료성적도 좋다.
이러한 중입자선 치료를 선도하는 곳은 바로 일본이다. 이미 1994년 일본 방사선종합의학연구소(이하 NIRS)이 설립돼, 2015년까지 약 9,051명이 NIRS에서 치료를 받았다. 특히 폐암 중입자선 치료는 이미 NIRS 설립과 동시에 임상시험도 시작돼 치료에 대한 노하우도 탄탄하다.
↑ 40×35㎜에 육박하는 폐암 종양크기가 1회 조사 치료 후 19×13㎜로 줄어들었다.(사진제공 : 중입자치료지원센터코리아) |
NIRS에서 발표한 폐암의 항종양효과를 살펴보면 국소제어율이 3년 93%, 5년 91.8%에 육박한다. 또, 수술 불가능한 1기 폐암환자의 5년 생존율도 약 70%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암환자도 2012년부터 ‘중입자선 치료’의 길은 열렸다. 중입자치료지원센터코리아는 그동안 일본 NIRS와 업무협약을 맺고 국내 환자가 일본의 중입자선 암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왔다
일본 입자선 암 상담클리닉 츠지이 히로히코 원장은 “중입자선 치료는 부작용을 최소화시키고 폐암 종양만을 제거해 치료 효과가 뛰어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입자선 치료는 몸의 부담이 적고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짧은 치료’”라 강조했다.
[ 매경헬스 김충식 기자 ] [ mkludacris@mkhealth.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