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 내정자가 강달러와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문제를 놓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미묘한 의견차를 드러냈다.
므누신 내정자는 19일(현지시간) 의회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장기적으로 달러 강세는 중요하다"면서 강달러는 미국이 얼마나 매력적인 투자처인지를 반영한다고 강조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이는 강달러 문제를 지적한 트럼프의 최근 발언과 대조적이다. 트럼프는 지난주 WSJ과 인터뷰하면서 "달러 가치가 너무 강하다"고 비판한 뒤 "이래서는 미국 기업이 (중국과) 경쟁할 수 없다. 달러 가치가 너무 높고 이는 우리를 죽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트럼프의 인터뷰 내용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미 달러는 바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므누신 내정자는 이 발언에 대해 "트럼프 당선인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논한 것은 아닐 것"이라며 "아마도 달러 강세가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교역에 일부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온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달러가치가 지나치게 강세를 띠는 순간도 있겠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 실무자들이 이 문제에 대해 일관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다소 다른 시각을 내비쳤다.
므누신 내정자는 상원 인준을 통과한다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느냐는 물음에 "그러겠다"고 말했다. 반면에 트럼프는 당초 공약과 달리 중국을 취임 첫날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고 대화를 먼저 시작할 것이라며 한발 빼는 태도를 최근 보였다.
한편 므누신 내정자는 청문회에서 과거의 조세회피처 이용 문제로 진땀을 흘렸다. 그는 헤지펀드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고객을 위해 했던 일이며 미국 법을 어기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이 사안을 집요하게 파고 들었다.
상원 금융위원회의 야당 간사인 론 와이든(민주·오리건) 의원은 므누신 내정자의 케이먼군도 법인 설립을 "비과세 때문이 아니라면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데비 스테이브노(민주·미시간) 의원도 "납세를 회피하려고 케이먼군도에 법인을 만든게 아니냐"고 몰아붙였다. 므누신 내정자는 "내 세금을 회피하려고 케이먼군도 법인을 이용하지 않았다"고 답하자 스테이브노 의원은 "그러면 다른 사람의 회피를 도우려 한 것이냐"
므누신 내정자는 금융회사가 자기자본으로 위험자산에 투자하지 못하도록 하는 '볼커 룰'에 대해 지지한다고 답했고 연방정부 부채 한도 상향에 대해 "조속히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공화당 내 일부 기류와 반대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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