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양대 실세인 라인스 프리버스 비서실장과 스티브 배넌 수석고문의 주도권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22일 워싱턴포스트(WP)와 CNN 등 미국 주요 언론의 분석에 따르면 배넌 수석고문이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정책을 주도하면서 집권 초기 강력한 실세로 부상했으나 현재는 프리버스 비서실장의 강력한 견제를 받고 있다.
배넌 수석고문은 자신이 천거한 켈리엔 콘웨이 선임고문과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을 휘하에 두고 오바마 레거시 지우기, 반이민정책 성안 등 트럼프의 극단적이고 강경 일변도의 정책 대부분을 계획하고 추진하면서 백악관 최고 실세로 부상했다.
이 과정에서 배넌 수석고문의 경쟁상대로 온건파로 분류됐던 프리버스 비서실장은 조기 낙마설이 제기되는 등 수세에 몰렸다. 프리버스 비서실장의 입지가 약화되자 프리버스 비서실장 라인으로 분류되는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도 교체설이 제기되는 등 위축을 거듭했다.
하지만 반이민 행정명령이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리고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러시아 내통 의혹으로 경질되면서 전세가 역전됐다.
국가안보회의(NSC) 장관급 회의에 배넌 수석고문을 고정 멤버로 영입한 플린 전 보좌관이 낙마하자 곧바로 배넌 수석고문을 NSC 장관급 회의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또 닐 고서치 대법관 후보자 상원 인준을 앞두고 백악관과 공화당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프리버스 비서실장의 역할이 주목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배넌 수석고문 라인인 콘웨이 선임고문이 방송에서 이방카 브랜드를 홍보하다가 구설수에 오르고 부정확한 인터뷰를 거듭하면서 주요 언론으로부터 배척되자 백악관 언론 창구 역시 스파이서 대변인에게로 돌아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적 실세로 주목을 받았던 사위 재러드 쿠슈너 선임고문의 파워도 예상에 비해 약하다는 평가다. 유대인인 쿠슈너 선임고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을 등에 업고 친이스라엘 정책을 주도했으나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 지지, 2국가 해법 유보,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관 이전 추진 등이 국제사회 반발에 부딪히면서 보폭이 크게 줄어들었다.
또 '언론과의 전쟁' 와중에 자신과 친분이 있는 CNN의 모회사인 타임워너 개린 긴즈버그 부회장을 백악관으로 호출해 CNN 보도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상처를 입었다.
백악관 권력암투 와중에 40대의 서배스천 고르카 NSC 부보좌관과 30대의 스티븐 밀러 수석정책고문이 막후 실세로 급부상했다.
고르카 부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슬람 정책을 주도한 것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32세의 밀러 수석정책고문은 대통령 취임사 초안을 작성하고 반이민 행정명령과 나프타 재협상 방침 등에 관여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젊은 책사'로 입지를 굳혔다.
배넌 수석고문을 따라 백악관에 입성한 고르카 부보좌관은 공산당 치하 헝가리에서 반체제 비밀조직 활동을 하다가 체포돼 고문을 당하고 종신형을 받았다가 1956년 런던으로 탈출한 아버지와 9·11 테러의 영향을 받았다. 그는 '이슬람교는 평화의 종교이며, 테러행위는 이슬람교의 근본적 교리를 위반한 것'이라는 기존의 시각과 달리 '테러리즘은 이슬람교와 쿠란의 정신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르카 부보좌관은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관타나모수용소는 엄청나게 중요한 정보자산임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는 등 관타나모수용소 존치 결정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장관이 된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밀러는 강경보수 성향의
그는 21일 플로리다 잭슨빌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도 "반이민 행정명령의 2탄 역시 이슬람 7개국 입국 불허 방침이라는 줄기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서울 =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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