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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지인 능욕 계정` `카톡 감옥방`…진화하는 학교 왕따폭력

기사입력 2017-03-21 14:37


새 학기를 맞았지만 경기 A고등학교 김모양(18)은 학교에 가기가 두렵다. 학급이 새로 바뀌고 새 친구들이 생겼지만 여전히 자신 몰래 누군가 수근 거리는 듯 늘 불안하다. 김 양에게 일이 닥친 것은 지난해 말. 친한 친구로부터 전해 받은 한 장의 낯 뜨거운 게시글에서 김 양은 자신의 얼굴과 성인의 나체를 합성한 사진을 확인했다. 김 양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무단으로 가져간 익명의 소행이었다. '지인 능욕'이라는 제목을 단 사진은 '텀블러' '트위터' 등 해외에 서버를 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무차별 유포돼 삽시간만에 퍼졌다.
'얼굴도 몸매도 좋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문구 아래에는 얼굴을 본 적도 없는 남성들의 해괴망측한 댓글이 달렸다. SNS에서 보고 주변 친구들이 "네가 맞냐"고 물어오는 통에 정신과 치료까지 받고 있을 정도다. 온라인 동영상·사진 업체에 의뢰해 부랴부랴 해당 게시물을 삭제 했지만 결국 최초 유포자는 잡아내지 못했다. 김 양 주변에선 평소 그를 탐탁지 않게 여겼던 몇몇 주변 아이들이 벌인 일이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학교 왕따 폭력의 양상이 진화하고 있다. 주변의 보는 눈으로 폭력 양상은 줄고 있지만 '사이버 이지메(집단괴롭힘을 뜻하는 일본말)라 불리는 온라인을 통한 사이버 테러 행위가 갈수록 확산 중이다. 피해자가 단체 카톡방을 나가도 계속 초대해 욕설을 하고 괴롭히는 '카톡 감옥방', 단체로 채팅방에서 한사람에게 욕설이나 비방을 하는 '카톡 왕따' 등 알면서도 당하는 온라인 학교 폭력과 함께 본인도 모르게 SNS 사진이 유출·합성돼 성희롱 대상이 되는 피해자도 나오면서 진화하고 있다.
19일 매일경제 취재결과 트위터, 텀블러 등 SNS상에는 '지인 능욕' 계정이 유행처럼 번져나가고 있었다. 해당 SNS에 '지인'이라는 검색어를 넣어본 결과 수 백 건 이상의 계정이 노출됐다. 해당 계정은 이용자들의 요청을 받아 그들이 보낸 사진에 음란 사진을 합성한 후 공개하고 있다. 이른바 '제보'를 통해 이뤄지는 지인능욕 계정 운영자들은 SNS를 통해 사진과 신상 정보를 제공받아 게시하고 있다. 해당 게정 운영자는 합성을 위해 5000원 권 문화상품권을 요구하는 등의 수익 사업까지 버젓이 벌이고 있을 정도다.
피해자 상당수는 미성년자다. 공개된 신상에는 나이와 재학 중인 학교가 나오기도 해 2차 성폭행 피해까지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해당 SNS의 약관에는 "미성년자와 관련된 성적 게시물과 선정적인 동영상을 금지한다"고 적혀 있지만 버젓이 미성년자로 추정되는 음란 게시물들이 판을 치고 있다. 별도의 회원 가입에 대한 성인 인증 절차도 없어 누구나 음란물제작을 의뢰하고 유포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제2의 소라넷'이라고 불릴 정도다.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탓에 외국인들까지도 성적인 댓글을 이어가지만 해외에 서버를 둔 업체를 통해 이뤄지다 보니 단속망을 이리저리 피해가고 있다는 것. 경찰 관계자도 "해외 업체이다 보니 국내법을 근거로 음란물 삭제를 요구하거나 운영기준을 바꾸라고 강제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온라인 박제'(게시물을 지우지 못하게 만드는 행위)를 당한 청소년들은 민간 동영상·사진 삭제 업체로 발길을 옮기고 있다.
온라인 게시물 삭제 전문 업체 산타크루즈에 따르면 매달 삭제 의뢰를 신청해온 청소년들만 100여명 이상이다. 이 업체 1년간 전체 의뢰인 약 3500명 중 사진 유출과 동영상 삭제 의뢰가 약27%로 1000건에 육박했고 이중 대다수는 피해 청소년이다. 김호진 산타크루즈 대표는 "온라인이라는 게 한번 퍼지면 학교 사람들뿐만 아니라 관심이 있는 주변 학교 지인들까지 알게 돼 피해자에게 오프라인 폭력보다 큰 충격을 주게 된다"고 말했다.
최종원 숙명여대 소프트웨어학부 교수는 "오래 전에도 언어폭력, 왕따 등의 사건은 어느 정도 있었지만 당시에는

인터넷이라고 하는 통신 수단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소식이나 영향력이 널리 확산되지 않았다"며 "지금은 인터넷의 발전과 함께 이러한 부정적 사례들이 널리 쉽고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 인터넷 윤리 교육을 통해 사이버 폭력의 발생 빈도를 낮추도록 적극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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