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감염균 관리 규정이 느슨한 탓에 기업과 보건당국의 소통 속에서 이뤄진 화재 사고 처리 과정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지적 대상이 된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의 보툴리눔톡신 제제 나보타에 대한 품목허가 심사를 하고 있는 FDA는 나보타를 생산하는 향남공장에 대한 실사를 한 뒤 지난 2016년 12월 발생한 화재 처리 과정에서 균주 보관장소 변경이 반복됐지만 이에 대한 기록이 경영관리시스템에 등록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당시 대웅제약은 화재가 발생한 뒤 A동에서 보유하고 있던 보툴리눔톡신 균주를 화재 발생 지점에서 더 멀리 떨어진 B동으로 이동시키고 외부 전문가를 초빙해 A동에서 생산되던 제품이 오염됐는지 여부도 점검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지난해 공장 실사 당시 FDA 관계자들로부터 화재가 발생한 뒤 처리 과정이 우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전했다.
문제는 화재 처리를 잘 하고도 이에 대한 기록 관리가 부실해 실사 결과에는 지적 사항으로 기록됐다는 점이다. FDA는 대웅제약이 사고 처리 과정에서 균주를 이동시킨 기록을 경영관리시스템에 등록하지 않은 걸 문제삼았다. 대웅제약 측은 균주의 이동을 수기로만 기록한 걸 지적받은 것이라며 현재는 경영관리시스템 상에 메뉴를 만들어 전산으로도 기록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약업계 안팎에서는 당시 질병관리본부의 지도 방법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화재 피해 복구 과정의 균주 이동에 대한 신고 절차가 필요하냐는 대웅제약의 문의를 받은 질본이 향남공장의 A동과 B동이 같은 주소지에 포함됐다는 이유로 신고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또 화재 사고로 인해 감염균이 이동을 반복한 뒤에도 질본은 해당 시설에 대한 실사도 하지 않았다. 질본은 지난해 5월 정기 실시를 할 때가 돼서야 향남공장의 균주 관리 실태를 점검했다.
조유희 차의과대 교수는 "보툴리눔톡신 균주의 건물간 이동은 실외에서 유출될 위험이 있다"며 같은 주소지 내에서의 이동에 신고 의무를 부과하지 않은 현행 규정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질본 관계자는 한 연구소 내 실험실간의 이동까지 행정적 절차를 밟아 신고하라고 하면 연구기관이나 기업 측에 너무 과도한 부담을 줄 수 있어 같은 주소지에 대해서는 신고 의무를 부과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보건당국이 모든 것을 직접 관리할 수는 없다며 기관이나 기업이 자체적으로 충분한 안전 조치를 취하고 이에 대한 근거를 남기는 방식이 자리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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