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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희애 "부산사투리·일어 대사 달달 외웠죠"

기사입력 2018-06-1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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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희애(51)에게 '우아하다'는 수식어는 상투적이나, 그럼에도 수긍할 수밖에 없는 표현일 것이다. 1967년 제주 태생, 1983년 영화 '스무해 첫째날'로 데뷔. 그 뒤로 35년이란 긴긴 세월, 배우로서 외길을 걸어온 그는 고(故) 최진실, 채시라와 함께 1990년대 여배우 트로이카 중 한 명이었다.
숱한 여배우가 세월의 풍화와 함께 소리 소문 없이 명멸해 갔지만, 그는 여전히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종횡무진한다. 그렇게 저만의 빛을 은은히 발하며, 신구 세대를 아우르는 여배우로 올라서 있다. 하지만 12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그는 시종일관 스스로를 낮췄다. "나는 그저 평범한 생활인이에요"라며 수줍게 웃는 것이었다.
"저를 보고 '우아하다'는 말씀을 간혹 해주시는데, 그런 얘기를 들을 때면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죄책감마저 들고요. 정말 안 그렇거든요. 저는 되게 생활인이고, 한 남자의 아내이고 두 아들(대학교 1학년, 고등학교 3학년) 엄마일 뿐이에요. 그저 연기라는 '일'을 하고 있는 거고요(웃음)."
이날 김희애를 만난 건 영화 '허스토리'(6월 27일 개봉)에 그가 주연으로 출연하기 때문이다. '허스토리'는 1992~1998년 관부재판 실화에 기반한 작품.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에 맞서 6년여간 투쟁해 처음으로 보상 판결을 받는 과정을 그린다. 극 중 그는 관부재판을 이끈 원고단 단장 문정숙을 열연했다. "부산 사투리와 일본어 대사를 소화하느라 진땀 좀 뺐다"고 한다.
"제가 기억력이 무서울 정도로 점점 안 좋아지고 있어요.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도 배우 일을 오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문정숙은 부산 사투리와 일본어가 능통한데, 사투리 억양 연습부터 일본어 연기, 대사 한 줄 한 줄 외우는 게 굉장히 힘들더라고요. '오네가이시마스'(부탁합니다)를 외우는 데에만 일주일이 걸렸네요(웃음)."
일본어를 모르기에 발음마다 한글로 써 일일이 달달 외웠다. 잊고 또 잊기 일쑤였으나, 포기란 없었다. 그러다 혹여 민규동 감독이 대사라도 고치면 처음부터 다시 외워야 했다. 눈물겨웠다. "오죽하면 꿈에서마저 일본어를 했을까요. 일생의 도전이었어요. 나이 많은 배우가 왜 저러느냐며 망신이라도 당할까 겁도 났고요. 귀한 영화인데 '발연기'하면 안 되잖아요."
이 같은 마음 자세 때문인지도 모른다. 기복 없이 긴 기간 대중에게 사랑받는 것은. 대선배 이순재(83)가 "연기 잘하는 배우"로 손꼽는 후배이지만, "보통 사람보다 여러모로 '미달'한 여자"라며 그는 다시금 겸양했다. 그러면서 말하는 거였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남들보다 더 노력하려고 해요. 대충한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과정이 힘들고 고통스러워야 결과가 빛이 나거든요."
그가 '허스토리'에 출연한 건 실은 대단한 사명감이 있어서는 아니었다. 많은 이들이 그렇듯 관부재판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그러다 시나리오를 받았고, 감동했고, 기꺼이 출연에 응했다. "준비하면서 많은 걸 배웠다"고 한다. "김학순 할머니처럼 힘없고 연약한 위안부 할머니들이 정부 도움 없이 일본 재판관들 앞에 나서잖아요. 소신껏 자

기 얘기를 하며 한 사람 인간으로서 당당히 서시고요. 여자로서 와닿는 지점이 많았어요."
이쯤이면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 그는 지금도 배우고 있는 배우라는 것을. 그런 만큼 천천히 계속해서 나아가고 있음을. 그가 여전히 국민 여배우일 수 있는 있는 건, 아마도 그래서일 것이다.
[김시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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