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기로 한 최근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에 대해 전문가들은 "인권과 형사사법의 수준을 후퇴시켰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일각에선 "한·중·일 3국 중 가장 후진적이라고 평가받는 중국 검찰과 공안(경찰)의 수사체계와 비슷하다"는 염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금태섭 국회법제사법위원(더불어민주당)은 24일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애초 수사권 조정안과 같이 이번에 공개된 합의안도 경찰이 검찰의 수사지휘를 받느냐 마느냐, 얼마나 받느냐에 관심이 집중돼 있는데 수사지휘를 덜 받을수록 중국 공안 모델에 가까워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검찰 개혁의 핵심은 그동안 과잉 수사 논란을 빚어 온 검찰의 인지 수사를 견제하기 위해 무엇보다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가 선행돼야 하는데 이번 조정안에서도 검찰의 인지 수사 기능은 그대로 뒀다"고 설명했다.
앞서 금 의원은 지난 2월 21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박상기 법무부장관에게 같은 점을 지적했다. 금 위원은 당시 "어디서 이런 안이 나왔는지 알 수 없어서 찾아보니까 지금 중국 제도하고 대단히 유사하다"며 "우리 경찰·검찰 관계를 중국 검찰·공안 관계로 만들고 싶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또 "중국의 형사사법이 우리보다 선진국이 아니지 않느냐"고 물었고 박 장관은 "예"라고 인정했다. 당시 문제가 된 안은 같은 달 8일 공개된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안으로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수사요구를 한다"고 돼 있다. 이는 지난 21일 정부 합의문과 같다.
이날 매일경제가 접촉한 중국법 전문가들에 따르면, 정부 합의문에서 △검찰 수사범위 제한 △검찰 수사지휘권 폐지 △경찰 수사종결권 부여 등 세가지가 중국 모델과 같다. 수사 착수부터 종결까지 사실상 전 과정을 공안에 무게를 두는 중국처럼 바꾸자는 것이다.
합의문에 따르면 검찰의 1차 직접 수사 범위는 부패범죄, 경제·금융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등 일부 특별수사 사건으로 제한한다. 이 중 상당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가 신설되면 이관될 사건인데다 내란 등 주요 공안사건, 연쇄살인 등 종전에 검·경이 합동수사해 온 사건 등은 아예 포함되지 않았다. 현재 한국과 일본 모두 검·경은 각각 '모든 범죄'를 수사할 수 있다. 중국만 검찰 수사 대상을 '특정범죄(공무원의 직무범죄)'로 제한하고 있다.
또 합의문은 경찰이 모든 사건에 대해 1차 수사권을 갖고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지 않도록 했다. 다만 수사가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검찰은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고 정했다. 한·일 양국의 검찰은 경찰 수사를 '지휘'할 뿐 보완수사를 '요구'하지 않는다. 반면 중국은 수사지휘 대신 필요시 보완수사(보충수사)를 요청하는 방식이다.
합의문에서 경찰이 죄가 있다고 판단한 사건만 검찰에 송치하고, 나머지 사건은 자체 종결할 수 있도록 정한 것도 중국과 비슷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중국 공안은 재판에 넘길 정도로 죄가 있다고 판단한(기소의견) 사건만 검찰에 송치한다. 한국과 일본은 경찰이 수사한 모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중국법 전문가인 양효령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이날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중국은 워낙 공안의 권한이 크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이번 합의문은 기존의 강력한 검찰권을 경찰에 이관한다는 점에서 중국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개혁위원회 위원인 양홍석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장(법무법인 이공 변호사)은 합의문 발표 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경찰이 독자적으로 수사를 종결하는 것이 정말 가능하다고 보느냐"며 "근본적으로 (경찰은 검찰에 비해) 수사역량의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검·경) 중복수사가 아직 있지만 많이 줄었고 오히려 검찰이 조사를 제대로 안하는 게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찰은 검찰과 비교하면 신문의 수준이 다르다"며 "개혁위가 이 부분에 대한 대책을 만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최근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지면 사건을 봐주고 덮더라도 이를 통제할 장치가 없어 인권침해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경찰은 수사과정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서면 수사지휘를 강화하기로 했다. 경찰청은 이날 '서면 수사지휘 원칙 실효적 이행방안'을 마련하고 25일부터 경찰청과 대전·울산 등 4개 지방경찰청(경찰서 43개 포함)을 대상으로 시범운영한다고 밝혔다. 이번 이행방안은 상급자의 수사지휘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는 범위를 확대해 수사 개입 여지를 최소화시키는 게 골자다. 경찰청 훈령 '범죄수사규칙'의 서면 수사지휘 대상에 '범죄 인지
[이현정 기자 /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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