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 신곡 '뚜두뚜두'의 뮤직비디오가 지난 19일 조회수 2억회를 넘어섰다. 지난 달 15일 공개된 이래 33일 만에 달성한 성적이며, 걸/보이그룹을 모두 합친 K팝 그룹 사상 최단 기간 2억뷰 돌파 기록이다. 아울러 '뚜두뚜두'를 앞세운 블랙핑크는 일본 아이튠스 앨범 차트 1위, 미국 빌보드 핫100 55위, 중국 QQ뮤직 종합 신곡 차트 1위를 휩쓸며 해외 팬도 빠르게 늘려가는 중이다. 가요계에선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같은 걸그룹 홍수 속에서 블랙핑크만 파죽지세로 선전하는 원인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블랙핑크의 S(강점), W(약점), A(기획사), G(목표)에 대해 분석해봤다.
↑ (왼쪽부터) 로제, 지수, 제니, 리사.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
S(강점): 귀여움의 쓰나미 속 강렬함으로 차별화
해외 팬들이 '뚜두뚜두'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찍은 리액션 동영상은 블랙핑크 인기 요인을 응축하고 있다. 멤버 전원이 총 쏘는 시늉을 하면서 부르는 후렴구 '뚜두뚜두'에서 열광하던 팬들은 래퍼 제니가 보석으로 치장한 탱크를 타고 등장하는 장면에서 괴성을 지르다시피 한다. 이 장면은 꽃길 대신 탱크길만 걷는다고 불리는 미국 힙합 가수 포스트 말론의 블랙핑크식 변용으로 보인다.
↑ 미국 가수 포스트말론(위)이 `싸이코` 뮤직비디오 속에서 탱크를 타고 달리고 있다. 아래 제니의 반짝이는 탱크는 포스트말론의 블랙핑크식 변용으로 해석된다. /사진=유튜브 캡처 |
현재는 팬들에게 귀엽게 보이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걸그룹이 범람하는 시대다. 이런 '깜찍함'의 쓰나미 속에서 탱크와 망치, 장도로 무장한 블랙핑크의 스웨그(SWAG·멋, 허세)는 확실한 차별화 포인트를 갖는다. 남들이 애교를 무기 삼을 때 블랙핑크는 진짜 무기를 꺼내드는 셈이다. 황선업 대중음악 평론가는 "청순, 섹시를 배제한 걸크러시 분야의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주는 그룹"이라고 평했다. 김반야 대중음악 평론가는 "YG 후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금수저 아이돌"이라고 이 팀의 성격을 정의했다. 블랙핑크는 가사에도 자신들을 굳이 예쁘게 봐줄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다. '흔한 남들처럼 착한 척은 못 하는'('뚜두뚜두' 中) 블랙핑크는 '난 어차피 너 따위 있으나 없으나 똑같다'('See U Later' 中)며 지조 없는 남자 친구를 정리한다.
퍼포먼스도 국내 걸그룹 최상급으로 꼽힌다. 랩, 보컬, 춤 모두 흠잡을 데 없다는 평가다. 대다수 걸그룹이 동요를 연상시키는 귀여운 노래를 부를 때 블랙핑크는 강렬한 힙합을 내세워 틈새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다. 황선업 평론가는 "별도의 백댄서 없이도 무대가 꽉 찬 듯한 느낌을 주는 퍼포먼스력"을 강점으로 꼽았다.
W(약점): YG식 걸그룹이 갖는 일관성
블랙핑크가 그룹명을 가리고 노래를 내도 웬만한 K팝 팬은 그것이 블랙핑크 곡임을 단번에 알아차릴 것이다. 이번 앨범 프로듀싱을 총괄한 프로듀서 테디가 자신의 개성을 한껏 담아 음반 작업을 한 덕분이다. 테디는 원타임 출신이자 빅뱅, 2NE1, 아이콘으로 이어지는 YG 아이돌 히트곡 대다수를 작곡한 가요계 미다스의 손이다. 앨범 타이틀곡 '뚜두뚜두'에 대해 김반야 평론가는 "트랩비트, 드롭 등 최신 스타일을 모두 모아 후크(Hook·청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는 후렴구)를 만들었다"며 "말초적인 감각을 건드리며 중독적"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이 미다스의 손이 닿은 곡은 모두 '테디색'을 띠게 된다는 건 블랙핑크의 단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2년 전 해체한 2NE1과 블랙핑크 사이에서 공통점이 너무 많이 보인다는 것이다. 황선업 평론가는 "곡 스타일과 창법, 퍼포먼스에서 2NE1의 그림자가 느껴진다"며 "총괄 프로듀서인 테디에 대한 과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블랙핑크가 신곡을 드문드문 내온 여태까지는 테디의 스타일이 세련된 것으로 느껴졌지만 활동 주기를 보다 촘촘히 가져가면 피로도가 금방 누적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A(기획사): 블랙핑크, YG 주가를 부양하다
이번 미니 앨범을 내기 전까지 블랙핑크는 근 2년 싱글만 내며 활동해왔다. 한동안 팬들 사이에서 "좋은 걸그룹을 만들어놓고 신줏단지 모시듯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던 건 블랙핑크의 뜸한 활동 때문이었다. 이는 비단 블랙핑크뿐만 아니라 위너·아이콘 등 차세대 아이돌 그룹에 대한 YG의 일관된 태도이기도 했다.
YG가 달라졌다. 블랙핑크 활동을 이달 말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 5월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는 4년 만에 공식 블로그 '프롬 와이지(FROM YG)'를 통해 팬들에게 "YG의 유일한 걸그룹인 블랙핑크의 공백이 너무 길었다"며 "연말까지 지속적인 신곡 발표와 프로모션을 계획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변화한 YG의 태도엔 빅뱅의 입대가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난해 11월 주당 3만3800원까지 갔던 YG 주가는 그해 12월 빅뱅의 입대 전 마지막 팀 단위 콘서트와 올 초 멤버 줄입대를 거치며 5월 2만6000원대까지 떨어졌다.
고전을 면치 못하던 YG 주가가 지난 13일 장중 한때 4만2050원까지 찍은 중심에는 역시 블랙핑크가 있었다. YG가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예능 프로그램 제작 등에도 열을 냈지만 주가에 큰 변화를 주지 못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결국 YG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여전히 매력적 아티스트에 달려 있다는 점을 확인한 순간이다.
엔터테인먼트를 담당하는 황현준 이베스트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블랙핑크는 최근 유튜브 구독자 수를 많이 늘리면서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투어를 할 수 있다는 기대를 키웠다"며 "아직까지 YG의 메인 비즈니스는 아티스트 매니지먼트임을 보여줬다"고 했다.
G(목표): 블랙핑크 in fan's area
블랙핑크 데뷔 타이틀 곡 '붐바야'는 '블랙핑크 인 유어 에어리어(BLACKPINK in your area)'라는 가사로 시작된다. 블랙핑크가 당신의 구역에 등장했다는 선전포고쯤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귀를 파고들었던 첫인사와 달리 지난 2년간 블랙핑크는 팬들의 시야 바깥에 더 자주 있었다. 황현준 연구위원은 "YG 주력 그룹이던 빅뱅의 공백이 있으므로 블랙핑크가 활동을 더 많이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블랙핑크를 실제로 '팬의 영역 안에(in fan's area)' 둬야 할 시기인 것이다.
보다 잦은 활동 주기를 가져감과 동시에 블랙핑크만의 개성을 더 부각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황선업 평론가는 "멤버들 각각의 실력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동시에 개별 멤버의 개성이 잘 보이지 않게 됐다"며 "블랙핑크만의 특징을 어필하기 위한 방법과 콘텐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반야 평론가는 '테디의 익숙한 작곡 패
[박창영 문화부 기자]
*이 기사는 7월 21일자 매일경제신문 지면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