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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척] 위안부? 성노예? 어떤 단어를 고르시겠습니까?

기사입력 2018-10-22 07:00 l 최종수정 2018-12-03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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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위안부’와 ‘일본군 성노예’라는 두 단어가 있습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떤 단어를 사용하시겠습니까?

'위안부'와 '일본군 성노예', 어떤 단어를 사용하시겠습니까? /사진=MBN
↑ '위안부'와 '일본군 성노예', 어떤 단어를 사용하시겠습니까? /사진=MBN


지난 16일, 시민들의 의견이 궁금해 서울 명동으로 향했습니다. 총 75명이 참여한 조사에서 82%에 해당하는 54명이 ‘위안부’를 골랐습니다. ‘일본군 성노예’를 선택한 사람은 21명(28%)이었습니다. ‘위안부’를 고른 대다수의 시민들은 성노예라는 단어에서 “거부감이 든다”며 이유를 밝혔습니다.

반대로, ‘일본군 성노예’가 ‘위안부’보다 명확한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더 적합하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위안부’와 ‘일본군 성노예’ 중 어떤 표현이 맞는 것일까.

▶ ‘위안부’와 ‘일본군 성노예’, 과연 같은 뜻일까?
‘위안부’라는 용어는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종군(從軍) 위안부에서 비롯된 용어입니다. 위의 문장에서 위안부라는 용어에 (‘’)라는 작은따옴표 표시를 해준 것은 일본군이 ‘위안부’라고 지칭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위안(慰安)부의 ‘위안(慰安)’은 ‘마음을 달래어, 노고를 위로하는 것’을 뜻합니다. 이렇게 되면 ‘위안부’는 ‘전쟁 중 일본군의 마음을 달래고, 노고를 위로했던 여성’이라는 의미가 되어 강제로 끌려간 사실이 부정된 채 자발적으로 찾아간 것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반면, 지난해 2월부터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은 ‘일본군 성노예제’라는 용어를 공식 사용하고 있습니다. 정대협은 피해자 할머니들이 강제로 끌려갔기 때문에 성노예제라는 용어가 더 명확하다며, 국제 문서에도 성노예제로 명시돼 있다고 근거를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1996년 유엔 인권위원회 보고서와 1998년 유엔 인권소위원회 게이 맥두걸(Gay McDougall) 특별보고관의 보고서에는 ‘위안부(comfort woman)’ 대신 ‘일본군 성노예(Military Sexual Slavery by Japan)’라는 용어가 사용됐습니다.

10월 17일 정기 수요시위서 발언하고 있는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 /사진=MBN
↑ 10월 17일 정기 수요시위서 발언하고 있는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 /사진=MBN


지난 17일,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정기 수요시위에 참석해 윤미향 정대협 상임대표를 만났습니다.

윤 대표는 “작년부터 피해자 할머니를 지칭하는 용어를 ‘위안부’에서 일본군 성노예로 재규정한다고 선포했다”며 “하지만 여전히 ‘위안부’와 일본군 성노예라는 말을 둘 다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어느 한 용어가 옳다’식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단 성노예제라는 말이 일본군이 당시 저지른 만행을 단어를 통해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기에 이를 사용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우리가 관습적으로 썼던 ‘위안부’라는 용어는 일본 정부가 사용한 것으로 만약 우리가 이 용어를 아무런 비판 없이 그대로 사용한다면, 피해자 할머니들이 받은 상처와 피해를 제대로 나타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 ‘탈북자’, ‘새터민’, ‘북한이탈주민’ ... 정답이 있을까?
두 번째 문제입니다. 탈북자, 새터민, 북한이탈주민. 이 세 용어는 모두 북한에서 넘어온 주민을 이르는 말인데요.

명동서 설문조사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MBN
↑ 명동서 설문조사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MBN


응답자 총 77명 가운데 약 60%에 달하는 46명은 ‘새터민’을 올바른 표현으로 봤습니다. 이어 탈북자 17명(22%), 북한이탈주민 14명(18%)순이었습니다.

정답은 뒤로 하고, 먼저 직접 당사자인 ‘탈북자’ 또는 ‘새터민’ 또는 ‘북한이탈주민’들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어떤 표현으로 불려지길 원하는지.

탈북자동지회 서재평 사무국장은 ‘탈북자’를 선호했습니다. 서 사무국장은 “의미적으로 봤을 때 북한을 탈출했다는 의미의 탈북자가 가장 적절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반해 익명을 요구한 A씨는 “탈북자는 이민자 혹은 난민 취급을 하는 것 같다”며 “새터민이란 표현이 그나마 낫다”고 밝혔습니다.

세 가지 표현 모두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지난 2010년 북한 국경을 넘은 송광현(30)씨는 “저런 용어들을 쓰는 것 자체가 관리 대상으로 보는 것처럼 느껴진다. 구분을 짓는 느낌”이라며 “용어가 필요한 것은 인정하지만 특별히 싫지 않은 표현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말이 나온 김에 북한에서 넘어온 주민을 이르는 용어들의 역사부터 짚어보겠습니다.

남북분단 이후 처음에는 위의 세 용어가 아닌 귀순용사, 귀순북한동포 등의 호칭이 사용됐습니다. 정부는 1979년 1월부터 시행된 ‘월남귀순용사 특별보상법’에서 현재의 탈북자를 ‘귀순용사’라고 지칭했고, 1993년에는 ‘귀순북한동포보호법’을 제정하여 ‘귀순북한동포’라는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탈북자’라는 용어는 1997년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가 한국으로 망명하면서 사용되기 시작합니다. 황 전 비서는 자기 스스로를 북한 정권의 학정으로부터 탈출한 ‘탈북자’라고 지칭했는데 그 후, 탈북자라는 용어가 한국 사회에서 널리 쓰이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탈북자라는 용어에 부정적인 어감이 있다는 주장이 계속해서 제기됐습니다. 거칠게 느껴진다거나, 마치 죄를 짓고 넘어온 사람을 가리키는 것 같다는 이유였습니다. 2005년 통일부에서 ‘새로운 터전에서 시작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새터민’이란 용어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새터민이란 용어에도 일부 탈북자들이 불쾌감을 드러내면서 2008년 통일부는 ‘새터민’이란 용어를 가급적 쓰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습니다.

현재 공식문서에서 사용되고 있는 용어는 ‘북한이탈주민’입니다. ‘북한이탈주민’이라는 용어는 1997년 제정한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에서 처음 사용됐습니다. 1997년 이후 ‘북한이탈주민’이란 용어는 현재까지 법적 용어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또다시 ‘이탈’이라는 단어가 부정적인 느낌을 준다는 주장이 많아 다양한 의견이 오가고 있습니다.

‘북한이탈주민’이 법적 용어라고 해서 ‘탈북자’와 ‘새터민’이란 용어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두 용어 모두 여전히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돼 있어 표준어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탈북자’, ‘새터민’, ‘북한이탈주민’이라는 세 용어 모두 실생활에서 쓸 수 있으며 실제로도 혼용되고 있습니다.

한국외대 언어인지과학과 이해윤 교수는 “용어에는 객관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주관적인 것도 담겼다”며 “그렇기에 집단 혹은 대상을 특정 용어로 지칭하면 용어가 갖는 주관성이 사회에 확산된다”고 말했습니다.

탈북자를 지칭하는 여러 용어에 대해 탈북자들의 의견이 다양한 만큼 용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잘못된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기사 제목 갈무리 /사진=MBN
↑ 잘못된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기사 제목 갈무리 /사진=MBN


▶ 장애인 or 장애우...올바른 표현은?
정답부터 공개하자면 ‘장애인’이 맞는 표현입니다.

장애인이란 용어는 1989년 장애인 복지법이 제정되며 공식 용어가 됐습니다. 당시에는 장애인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고 불구자 등의 비하 표현이 만연했습니다. 이에 장애인이란 용어가 정립되기 2년 전인 1987년,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장애우’라는 용어를 만들었습니다. 장애인을 좀 더 친근하게 지칭하자는 의도에서 사람 인(人) 대신 벗 우(友)를 쓴 것입니다.

하지만, 정작 장애인들은 ‘장애우’라는 단어 사용을 반대했습니다. ‘장애우’라는 단어에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첫째, ‘벗 우(友)’를 사용하면 연령대가 다양한 모든 장애인이 친구가 됩니다. 둘째, ‘장애우’라는 단어는 자기 스스로를 ‘장애우’라고 지칭할 수 없기에 철저히 의존적인 단어입니다. ‘벗 우(友)’가 들어감으로써 ‘장애우’란 단어는 타인이 불러줄 때만 쓸 수 있는 수동적인 언어가 된 것입니다. 이에 현재는 ‘장애우’가 아닌 ‘장애인’이 옳은 표현으로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 ‘청소부’, ‘학부형’에도 문제가 있다고?
청소부와 학부형이란 용어가 잘못된 말이라는 것은 아셨나요?

청소부의 ‘부’는 직업을 낮잡아 부르는 의미의 접미사입니다. 그렇기에 ‘환경미화원’으로 바꿔 부르는 것이 올바른 표현입니다. ‘파출부’, ‘가정부’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파출부나 가정부는 ‘가사도우미’로 정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국립국어원은 2006년 ‘차별적, 비객관적 언어 표현 개선을 위한 기초 연구’에서 ‘청소부’를 ‘환경미화원’으로, ‘가정부’를 ‘가사도우미’로 바꿔 부를 것을 권장한 바 있습니다.

‘학부형’이란 용어는 가부장적 사회의 산물입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보면 ‘학부형’은 ‘학생의 아버지나 형’이란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머니가 학생의 보호자 범위에서 빠져 있는 것입니다. 이는 가부장 사회에서 남성이 바깥일을 도맡고 여성은 집안일을 도맡았던 흔적의 잔재입니다. 그렇기에 ‘학부형’ 대신 학생의 아버지나 어머니를 뜻하는 ‘학부모’를 쓰는 것이 올바른 표현입니다.

▶ ‘수화’ 대신 ‘수어’
농인들이 쓰는 언어를 우리는 흔히 ‘수화’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정식명칭은 수화가 아닌 ‘수어’인데요. 기존에는 ‘수화’라는 용어가 자연스럽게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수화’라는 용어가 언어로서의 의미를 나타내기보단 의사소통 수단으로서의 좁은 의미를 지녔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이에 ‘수화’ 대신 언어의 의미를 강조한 말인 ‘수어’로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용어를 놓고 다양한 의견이 생기자, 2013년 수화기본법 제정을 준비하면서 농인들과 관련 교수, 농인단체들이 모여 ‘수화’와 ‘수어’를 놓고 토론을 펼쳤습니다. 토론 결과, ‘수어’라는 용어가 언어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고 농인들도 수어를 좀 더 선호하고 있는 만큼 ‘수어’라는 용어를 쓰기로 결정했습니다. 다만 ‘수화’라는 용어가 가진 용어의 역사성과 국민 인지도를 고려해 법안 제목에서는 ‘수화언어’라 칭하고 약칭을 ‘수어’로 하는 방안을 채택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이희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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