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사회

[인기척] “특별함을 팝니다”…뜨고 있는 ‘세포마켓’

기사입력 2018-12-10 07:00 l 최종수정 2018-12-10 14:35

[인기척][인]턴[기]자가 [척]하니 알려드립니다! '인기척'은 평소에 궁금했던 점을 인턴기자가 직접 체험해보고 척! 하니 알려드리는 MBN 인턴기자들의 코너입니다!

여러분은 혹시 ‘증멍사진’을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증명’의 오타가 아니라, 말 그대로 증명사진과 강아지가 ‘멍멍’ 짖는 소리를 합성한 신조어, 증‘멍’사진입니다. 사람들의 증명사진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증멍사진’의 피사체는 바로 동물들입니다.

▶ 강아지·고양이·뱀도 인생샷…‘증멍 사진’ 화제

○○사진관 증명사진 제작 전후/출처=각 사진 중앙 하단
↑ ○○사진관 증명사진 제작 전후/출처=각 사진 중앙 하단

인스타그램 <○○사진관>에서는 강아지, 고양이 등 반려동물의 ‘인생 증명사진’을 손쉽게 남길 수 있습니다. 핸드폰에 저장된 반려동물의 사진과 맘에 드는 배경색, 패턴을 고른 뒤 증명사진이 완성될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됩니다. <○○사진관>에서는 의뢰자의 요청에 따라 포토샵 등 사진 편집에 들어가고 완성된 결과물은 의뢰자에게 전달됩니다.

대학생 박소은(23) 씨는 휴학 중 사진관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살려 지난 5월 <○○사진관>을 인스타그램에 열었습니다. 요즘 한창 뜨고 있는 이른바 ‘세포마켓’입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SNS 팔로워는 벌써 2700명으로 늘었습니다. 하루 의뢰 건수만 하더라도 20건을 훌쩍 넘길 때가 많습니다. 이용해본 고객들의 후기도 1천 개에 육박하는 이른바 인기 ‘세포마켓’ 대열에 들어섰습니다.

의 반려동물 증명사진/출처=각 사진 오른쪽 상단
↑ <○○사진관>의 반려동물 증명사진/출처=각 사진 오른쪽 상단

최근에는 고양이나 강아지 같은 흔한 반려동물 외에도 고슴도치, 친칠라, 코아티, 뱀 등 사진관을 찾는 손님들의 반려동물 종류도 다양해졌습니다. 박 씨는 “뱀을 키우는 고객님께서 증명사진을 의뢰한 적도 있다”며 “사진을 편집하는 동안 뱀의 눈을 보고 있는 게 너무 무서워서, 임시로 얼굴에 선글라스를 그려놓고 작업한 적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요즘 SNS에선 소규모 마켓 쇼핑, 이른바 ‘세포마켓’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판매 품목은 각양각색. 평범한 옷부터 액세서리, 자신이 운영하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유튜브에서 직접 만든 상품은 물건을 넘어 각자의 재능까지 사고팔기에 이르렀습니다.

▶ 내 아이의 탯줄도 바다 속에 저장! ‘바다조각’

파○숲라운지에서 판매하는 아이 탯줄, 결혼기념일 바다조각/사진=파○숲라운지 공식 인스타그램
↑ 파○숲라운지에서 판매하는 아이 탯줄, 결혼기념일 바다조각/사진=파○숲라운지 공식 인스타그램

떠오르는 세포마켓 중에는 나만의 작은 바다를 파는 곳도 있습니다. 코발트 빛 정육면체 속에 해초, 소라 등 바다에서 직접 공수한 재료들로 만들어진 <파○숲라운지> 마켓의 스테디셀러는 수작업으로 만들어지는 '바다조각'입니다.

이 ‘바다조각’이 여느 ‘미니수족관’이나 스노우볼과 가장 큰 다른 점은 바닷속에 개인의 소중한 물건을 담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무엇이든 자신만의 추억이 서려 있다면 예쁜 바다의 모습과 함께 반영구적으로 보존이 가능합니다. 어느 부모는 갓난아이의 탯줄과 처음 자른 손톱, 머리카락 등을 넣었습니다. 처음 빠진 아이의 유치를 넣기도 합니다. 젊은 연인들은 여행지에서 주워온 돌을 부탁하기도 하고, 한 부부는 서로를 감싸 안고 있는 결혼기념일 인형을 담기도 했습니다.

3D 그래픽 디자이너와 광고 제작자였던 작가 이진하(32) 씨는 2년 전 아내와 함께 제주도로 둥지를 옮긴 뒤 이 세포마켓을 시작했습니다.
힘들었던 시절 바다가 준 감동과 영감을 세상에 전파하고자 한다는 이진하 씨는 “아이 탯줄 등 특별한 추억을 담는 작품은 의뢰를 위해 물건을 꼬깃꼬깃 들고 제주도로 직접 찾아오는 손님이 있을 정도”라며 "하루에 5~6개의 작품을 만들고 있는데 선물 목적 외에도 스스로의 만족과 치유를 위해 작품을 사가는 분들이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파○숲라운지>은 현재 인스타그램에서 1400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715개의 인스타그램 후기글과 끊이지않는 아이디어스(수공예 작가들의 작품을 살 수 있는 장터 서비스) 제작 의뢰가 마켓의 인기를 실감케 합니다. 최근엔 ‘바다조각’을 마구잡이로 모방한 유사한 세포마켓들도 생겨날 정도입니다.

▶ “손가락 튀김, 이 집 너무 유명해서”… 돈 주고도 살 수가 없어요

손가락 튀김과 눈알 슬라임 등 이색적인 콘셉트의 슬라임/출처=○○슬라임 공식 인스타그램
↑ 손가락 튀김과 눈알 슬라임 등 이색적인 콘셉트의 슬라임/출처=○○슬라임 공식 인스타그램

다양한 콘셉트의 슬라임을 직접 제작하고 판매하는 마켓들도 생겨났습니다. 슬라임은 찰흙 놀이를 하듯 손으로 주무르며 즐기는 장난감으로 중독성 있는 촉감으로 인기몰이 중입니다.
손가락 튀김과 눈알 통조림 등 기괴하고 오싹한 형태의 피규어를 첨가한 <○○슬라임>은 5만 팔로워의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구매에 열을 올리는 사람들의 글/출처=네이버 블로그·디시인사이드 화면 캡처
↑ <○○슬라임> 구매에 열을 올리는 사람들의 글/출처=네이버 블로그·디시인사이드 화면 캡처

커뮤니티에서 <○○슬라임>을 검색해보면 ‘슬켓팅(슬라임 + 티켓팅)’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구매 열기가 높아 돈이 있어도 사지 못할 정도입니다. 인기가 많은 품목은 30초 만에 매진된다기에 손이 빠르기로 소문난 취재진도 직접 구매를 시도해봤지만 허탕을 치고 말았습니다.

<○○슬라임>의 대표 오수경 씨는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을 보고 마켓의 영감을 얻었습니다. 매번 돈 주고 사던 슬라임을 직접 만들어본 후 자신감을 얻고 마켓을 열었는데 오 씨와 비슷한 취향의 손님들이 몰린 겁니다. 오 씨는 현재 SNS 마켓의 성공을 토대로 오프라인 판매도 준비 중입니다.

▶ 색다른 제품의 소비…세포마켓의 성장

독창성과 다양성을 무기로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규모의 시장을 형성 중인 ‘세포마켓’.
‘세포마켓’은 베스트셀러 <2019 트렌드 코리아>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져 불리게 됐습니다. 2012년 영국의 유명 기조연설자 헨리 메이슨은 기존의 유통 메커니즘이 아닌 개인이 SNS같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직접 판매에 나서는 것을 셀슈머(Sell-sumer)라고 지칭했는데, ‘세포마켓’은 이 셀슈머들의 다양한 확산이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세포(Cell)와 유사하다는 것에서 파생됐습니다.

이색마켓들을 중심으로 세포마켓시장은 최근 급속도로 성장했습니다. SNS를 통한 소규모 유통이라는 세포마켓의 특성상 정확한 시장 규모를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2018년 11월 기준 인스타그램 해시태그에 세포마켓과 관련한 검색어(#마켓오픈, #마켓중, #마켓준비중 등)를 대입해보았을 때, #마켓오픈 90086건, #마켓중 125095건, #마켓준비중 23730건 등으로 활발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018년 11월 30일 기준 소규모 SNS 마켓 관련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현황/출처=직접 제작
↑ 2018년 11월 30일 기준 소규모 SNS 마켓 관련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현황/출처=직접 제작


허경옥 성신여대 생활문화소비자학과 교수는 세포마켓의 성장 원인에 대해 “대량생산을 통해 유통되는 기존 시장의 상품들은 일정한 형태로 규격화되어 있는데, 이러한 획일성이 사람들의 소비 심리에 변화를 일으켰다”며 “구매한 제품의 ‘기능’을 소비하기보다는 제품이 주는 색다른 ‘체험’ 내지는 ‘즐거움’을 경험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욕구가 강해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남들이 보기에 어떻든, 괴기스럽거나 혹은 실용성이 없더라도 나의 자존감을 위해서라면 내가 원하는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세포마켓의 종류와 규모도 더 커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한희조 인턴기자]

화제 뉴스

  • 인기영상
  • 시선집중

스타

핫뉴스

금주의 프로그램

이전 다음

화제영상

더보기

이시각 BEST

뉴스
동영상

주요뉴스

더보기

MBN 인기포토

SNS LIVE 톡톡

    SNS 관심기사

      SNS 보기 버튼 SNS 정지 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