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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꾼 인생 42년…"오리지널의 힘 보여줄 것"

기사입력 2019-05-22 17:04


어릴 때부터 국악이 하고 싶었다. 부친이었던 유대봉 가야금 명인은 "이 고생은 나로 끝내고 평범하게 살라"며 불같이 반대했지만 소용없었다. 아버지의 수업을 귀동냥하며 가야금을 연습하던 초등학생은 16살 명동국립극장에서 본 창극 '춘향전'을 보고 소리꾼이 되기로 결심한다.
지난 4월 국립창극단의 예술감독으로 부임한 유수정 명창(59)의 얘기다. 30년 넘게 몸 담은 극단에서 배우와 예술감독을 병행하며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를 22일 국립극장에서 만났다.
"생전 처음 본 창극이었는데 전혀 듣도 보도 못한 별세계더라. 너무 멋졌다. 두 번 생각도 않고 저걸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17살에 판소리를 시작한 그는 만정 김소희(1917~1995) 선생의 눈에 띄어 대표 제자가 된 후 1987년 국립창극단에 입단했다.
"입단 31년 차니 얼마나 많은 극장장, 예술감독, 스태프들을 모셨겠나. 단원으로서 무대 경험이 축적된 만큼 아쉬움이 들 때도 많았다. 예술감독이 되면 내가 만들고자 하는 작품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맡게 됐다."
30여 년 동안 자리를 지켜온 명창과 예술감독으로서 보는 국립창극단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는 "부담감이 100배"라며 입을 열었다. "단원으로 있을 때는 지시 받은 대로 맡은 역할만 잘하면 됐다. 지금은 입장이 달라지니까 모든걸 시야를 넓혀 봐야 하는 입장이다. 단원들의 실력을 포함해 어떻게 하면 창극단을 발전시킬까 하는 고민이 크다."
창극의 '국가대표 선수'로서 유 감독이 집중하고자 하는 바는 '오리지널의 귀환'이다. 7년 동안 국립창극단을 이끌며 창극의 대중화에 힘써왔던 김성녀 전임 예술감독과는 약간 방향이 다르다.
"김성녀 감독님이 문은 넓혀 놓았으니 그 여세를 몰아 색깔을 좀 바꾸고 싶다. 우리가 갖고 있는 '오리지널'의 힘이 있지 않나. 유행은 돌고 돈다. 옛날에 나왔던 공연이 다시 나오듯이. 창극 매니아들을 다시 극장으로 불러올 수 있는 (전통성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60~70년대에 하던 그대로가 아닌 의상, 무대세트, 연출법 등을 세련되게 바꾸되 소리는 진하게 남아 있는 공연을 하는 것이 목표다."
오늘날 국립창극단은 든든한 고정팬도 많고 회전문관객도 늘어나는 추세다. 소리꾼 김준수, 유태평양, 민은경, 이소연 등 아이돌 수준의 인기를 구가하는 단원도 생겼다. 유 감독은 "기회만 된다면 방송 기회를 좀 늘려주고 싶다"고 했다. 대중에게 알릴 기회만 많아지면 '오리지널'의 매력도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의견이다. "(트로트의 부흥을 불러온) '미스트롯' 같이 창극도 마찬가지다. 극장에서만 머무르는 게 아니고 단원들이 밖에 나가서 국악을 알리면 파급력이 다를 거다. 그 친구들도 더 많은 활동이 하고 싶겠지만 국립창극단 스케줄만해도 너무 빡빡해서 엄두도 못 낸다. 대중화에도 힘쓸 수 있도록 여유가 생기면 좋을텐데…"
6월 5일부터 16일까지 공연되는 창극 '심청가'는 '최고가 최고를 만났다'는 컨셉으로 2018년 초연돼 매진행렬을 기록했다. 작년에 이어 손진책 연출이 작품을 맡고 안숙선, 유수정 명창이 도창을 맡았다. "오늘날 제가 이 자리에 있는 건 안 선생님 덕분이다. 살면서 고비가 있을 때 찾아가 고민을 털어놓으면 묘책도 일러주시는 인생선배이기도 하고. 선생님이 가르쳐 주시는 대로 살아왔더니 아무 탈이 없었다." 사이가 각별한 안숙선 스승과의 관계를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앞으로 3년 간 예술감독 직책을 맡았지만 그에게 무대는 잠시라도 떼놓을 수 없는 존재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어지는 '심청가' 연습을 끝내면 6월말에 예정된 '명창의 숨소리' 공연을 위해 '춘향가' 수련이 저녁까지 이어진다. 그는 단호하게 "장르의 구분 없이 죽을 때까지 어렵게 느껴지는 게 예술이다. 끊임없는 자

기계발과 노력이 아니면 이뤄질 수 없다"고 말했다. "병이 나서 못 서지 않는 한 나는 죽을 때까지 배우다. 예술감독은 직책일 뿐 나머지는 단원하고 똑같다고 생각한다. 어느 때고 작품에 유수정이 필요하다고 하면 언제든지 출연할 것"이라고 밝히는 그의 눈에서 예인의 긍지가 읽혔다.
[고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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