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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척] 비장애인도 이용 가능한 영화관 장애인석, 장애인석 맞나요?

기사입력 2019-06-12 16:28 l 최종수정 2019-06-18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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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 /사진=MBN 뉴스 캡처
↑ 영화관 /사진=MBN 뉴스 캡처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 A 씨는 최근 무대인사가 있는 영화를 예매하려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장애인석이 모두 매진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A 씨는 영화관 측에 문의했고, 장애인석 예약자가 비장애인인 경우 현장에서 A 씨를 장애인석으로 이동시켜주겠다는 답변을 얻었습니다.

상영 당일 A 씨는 그 말을 믿고 상영관 앞에서 기다렸지만 황당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장애인석 여섯 자리 모두 일반인이 예약했으나 영화관 측에서 복지카드를 확인하지 않고 이미 입장을 시켰다는 겁니다. 영화관 직원이 장애인석 구매자에게 일반석으로 이동을 권유하며 쩔쩔매는 모습을 보고 A 씨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일반인이 장애인석을 예약하여 관람할 수 있는지 말입니다.

국내 멀티플렉스 3사(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는 모두 장애인석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들 업체는 원칙적으로 비장애인은 장애인석을 이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A 씨의 사례처럼 이 원칙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 영화관 장애인석, 비장애인도 예매할 수 있다?

취재진이 직접 비장애인도 장애인석을 이용할 수 있는지 확인해 보았습니다. 온라인 예매화면에서 장애인석을 선택하자 3사 모두 예약이 가능했는데요. 이후 결제까지 별도의 확인 절차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됐습니다. 심지어 CGV와 메가박스는 ‘장애인’이 아닌 ‘일반’으로 선택해도 장애인석을 예매할 수 있었습니다.

사진=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온라인 예매화면 캡처
↑ 사진=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온라인 예매화면 캡처

확인 절차는 없었지만, 장애인석에 대한 안내는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팝업창을 통해서인데요. 업체별로 안내 문구는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 해당 좌석이 장애인석이며 일반 고객은 이용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영화관 측에 온라인 예매 시 팝업창을 통한 안내만 있고 별도의 장애인 확인 절차가 없는 이유를 물어보았습니다. 영화관 측은 “개인정보 보호법상의 문제로 온라인 예매 과정에서 복지카드에 대한 정보를 요구할 수가 없기 때문”이라며 “대신 영화관 현장에서 직원이 복지카드를 확인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온라인 예매 단계에서 장애인 여부를 확인하지 않다 보니 정작 장애인이 장애인석을 예매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일반인이 장애인석을 예매해 장애인석이 매진되는 상황인데요. 상영 당일 현장에서 복지카드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예매자가 정말 장애인인지 알 수 없습니다. 또, 복지카드 확인 과정에서 일반인이 구매한 장애인석 표가 취소된다고 하더라도 상영 직전에 이루어지게 됩니다.

이에 대해 지체장애인 B 씨는 “장애인석이 매진됐을 때 직접 영화관에 찾아가 취소표가 생기기를 기다리지 않는 이상 장애인들은 예매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워했습니다.


▶ 허술한 현장 확인…놓치면 방법 없어

온라인에서 예매한 장애인석, 현장에서는 어떻게 확인하고 있을까요?

국내 멀티플렉스 3사(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사진=MBN 뉴스 캡처
↑ 국내 멀티플렉스 3사(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사진=MBN 뉴스 캡처

3사 모두 장애인석을 예약하면 영화관 현장에서 입장 시에 ‘복지카드’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복지카드란 장애인 복지의 일환으로 발급되는 신분증인데요. 그런데 앞선 A 씨의 사례처럼 장애인들은 영화관이 복지카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합니다. 아예 확인하지 않거나 확인해도 본인이 맞는지 꼼꼼히 보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영화관 관계자는 “주말 및 성수기 등 고객이 많이 몰리다 보면 복지카드 확인을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답했습니다.

뒤늦게 비장애인이 장애인석에 앉은 사실을 알게 됐다면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요?

올해 1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영화관 장애인석에 앉은 비장애인에게 영화관이 어떠한 제지도 하지 않았다’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영화관을 찾은 중증장애인 C 씨는 장애인석에 비장애인이 앉아 있는 모습을 보았다고 밝혔는데요. 그 길로 영화관 측에 비장애인에게 일반석 이동을 권유해 줄 수 있냐고 물었지만 “영화 종료 전까지는 어떤 제재도 할 수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합니다. 두 번이나 이런 일을 겪은 C 씨는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별다른 도리가 없었다고 말합니다.

이에 대해 한 영화관 관계자는 “현장에서 복지카드를 확인하고 있지만 만약 이를 소홀히 하거나 실수로 놓쳐 고객이 상영관으로 입장한 뒤라면 사실상 취할 수 있는 조처가 없다”고 인정했습니다.


▶ 비장애인에게 장애인석을 판매하기도

비장애인에게 장애인석을 판매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CGV는 영화가 시작된 이후(광고 상영 시) 현장에서 고객이 장애인석 발권을 원하면 현장 관계자의 판단하에 유동적으로 판매를 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롯데시네마는 영화 시작 20분 전에 해당 상영관이 만석이면서 장애인석이 미판매인 경우 현장에서만 발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장애인석이라는 이름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비장애인도 경우에 따라 관람할 수 있는 겁니다.


▶ 원칙이 무색한 장애인석 운영…이유는?

3사 모두 원칙적으로 비장애인은 장애인석을 이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비장애인에게 장애인석을 발권해 줄 수 있었던 걸까요?

가장 큰 이유는 현행법상 영화관 장애인석 설치에 대한 기준만 있을 뿐, 운영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기 때문입니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제4조(편의시설의 종류) 별표2에 따르면 영화관의 장애인석 설치는 의무사항입니다.

사진=국가법령정보센터 홈페이지 캡처
↑ 사진=국가법령정보센터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구체적인 운영 기준이 없다 보니 설치 이후 어떻게 운영하든지 법적으로 강제할 수 없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비장애인에게 장애인석을 발권해주거나 비장애인이 장애인석에 앉더라도 제재를 가할 수 없었던 겁니다.


▶ 대안은 없을까?

영화관 장애인석이 허울뿐인 자리가 아니라 장애인들이 실질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끔 하는 강제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장애인 B 씨는 “장애인 주차구역은 비장애인이 주차하면 과태료를 부과한다”며 “영화관 장애인석 운영도 이처럼 명확한 법적 규제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비장애인이 장애인석을 이용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장애인의 영화 관람권에 대해 영화상영관 경영자의 관리감독과 주의의무 규정이 미비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대형영화상영관을 중심으로 전반적인 실태조사 후 영화관 내 장애인 전용 좌석을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방안을 담은 법령을 검토해 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장애인의 영화관람. 장애인석 설치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보다 정확한 제도 마련과 영화관의 관리·감독이 필요해 보입니다. 또 이와 함께 장애인석은 해당 자리가 꼭 필요한 장애인들을 위한 자리라는 우리 사회의 인식이 선행되기를 바라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엄희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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