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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하의 8월 15일 뉴스초점-뿌리 깊은 일본어 잔재

기사입력 2019-08-15 20:04 l 최종수정 2019-08-15 20:30

'조지'. 영국 왕세자의 이름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형법 제136조 2항에 적혀있는 법률용어입니다. 막힐 조에 그칠 지, 우리말 '저지하다'의 잘못된 표현인데 일본어의 저지하다 '소시'를 잘못 번역한 겁니다. 70년 전 일제 강점기의 찌꺼기가 아직도 우리나라 법전에 그대로 남아있는 거죠.

'생하였거나', '직근', '수진'. 이것도 다 우리 형법에 있는 일본식 표현입니다. '생하였거나'는 생겼거나, '직근'은 바로 위, '수진'은 진료를 말하는데, 법무부는 광복 74년이 지나고서야, 일본과 갈등이 심해지고 나서야, 지난 2일 이런 일본식 표현을 고치겠다고 입법 예고를 했습니다.

법치국가에서 나라를 다스리는 기본은 법이고, 법은 국민의 일상과 직결돼 있습니다. 공기나 물처럼 삶의 질을 결정하는 역할을 하죠. 그런데 그 옛날 일본식 표현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듣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이게 어느 나라 말인지 모를 정도의 법령이라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또 법률용어가 이렇게 어려우면, 이걸 인용하는 판결문은 또 얼마나 꼬이고 꼬이겠습니까.

법률용어뿐만이 아닙니다. 학교에서 아직도 쓰이는 '훈화', '반장', '부반장' 같은 것도 습관처럼 굳어버린 일본식 말입니다. 덕담이나 학급대표 등으로 바꿀 수 있는데도 말이죠. 군대에서 아침저녁 인원을 확인하는 '점호' 역시 일본식 말입니다. 그런데 아직 우리는 이 말을 대체할 단어조차 없습니다.

쓰고 있는 일본말을 무조건 없애자는 게 아닙니다. 듣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심지어는 그 분야의 전문가들조차 잘 모르는 말들, 대체할 수 있는 우리말이 있는데도 그대로 쓰는 건 내버려 두지 말자는 겁니다.

해방 된 지 74년이 됐는데도 아직 우리 생활 속에는 일본 강점기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습니다. 이걸 바로잡는 정부의 작업이 조금 더, 아니 많이 속도를 내야 하지 않을까요. 재판 선고 과정을 전국민이 생방송으로 보는 시대에 아직도 일본식 표현을 쓰는 건 자존심 문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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