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보기
【 앵커멘트 】
추운 겨울날 산천어 축제로 대박을 친 곳, 바로 강원도 화천인데요.
화천은 무더운 여름에 더욱 아름답습니다.
쪽배 축제, 토마토 축제 등이 열리고 물길을 따라 걸으며 심신이 촉촉해지는 힐링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 많다고 합니다.
이정석 기자가 안내합니다.
【 기자 】
북한강을 따라 아담한 길이 놓였습니다.
'금 캐러가는 물 위 야생화길'이라는 다소 긴 이름을 가졌습니다.
화천군에서 조성 중인 올레길 즉 23개의 신선이 다니는 길 가운데 4번째 길입니다.
잔잔한 북한강을 따라 고즈넉하게 이어진, 그야말로 물과 어우러진 사색의 길입니다.
강어귀 한쪽에 자리를 잡은 강태공은 월척의 손맛을 기대하지만, 그 이상의 욕심은 보이지 않습니다.
▶ 인터뷰 : 홍순도 / 강원 화천읍
- "화천이 여느 곳에 비해 물이 맑고 깨끗하고 고기도 많고 공기도 좋고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옵니다. 또 화천엔 자전거 백릿길이 있어 자전거를 타러 오시는 분이 많아요."
이 길의 시작점에 아담하게 자리 잡은 동구래 마을.
소박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들꽃 정원이 펼쳐졌습니다.
자세히 봐야, 또 오랫동안 봐야 아름답다는 나태주 시인의 글이 절로 떠오릅니다.
잔잔한 물결처럼 고요한 평화만이 가득합니다.
해발 600m 광덕산 기슭에 자리 잡은 한 농원.
세월의 향기가 짙게 밴 30동의 통나무집들이 울창한 숲에 뿌리를 내렸습니다.
새것에선 느낄 수 없는 깊은 향기가 전해져 옵니다.
▶ 스탠딩 : 이정석 / 기자
- "광덕계곡을 따라 통나무집들이 놓여 있어 가족끼리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엔 더없이 좋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과 산새들의 지저귐, 계곡물 소리가 한데 모여 근사한 하모니를 이룹니다.
아름드리나무 사이로는 캠핑장도 조성됐습니다.
숲 본래의 모습을 최대한 살려 자연과 한층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 인터뷰 : 박형배 / 서울 장안동
- "여기 텐트 치는 곳이 코너마다 다 다르고 각자 개성이 있고 수풀 아래 있어 좋고 개울이 있고 수영장이 있으니까 놀기 좋죠. 피서하기엔 딱이죠."
야영장 바로 옆 수영장에는 맑고 차가운 계곡물이 가득 찼습니다.
무더운 여름,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최고의 놀이터인 수영장을 개구리가 먼저 차지했습니다.
▶ 인터뷰 : 이주한 / 인천 연수구
- "재미있는 것 같아요. (뭐가 재미있어요?) 노는 거요. (뭐하고 놀아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강원도 화천의 오지마을, 비수구미 가는 길.
해산터널을 나오자마자 시작되는 비수구미 트레킹 코스는 마을까지 6km의 완만한 내리막길로 편안하게 경치를 감상하며 걷기에 좋습니다.
비수구미는 조선 초기, 궁궐 건축에 쓰일 소나무 벌목을 금지하는 '비소고미금산동표'에서 유래했습니다.
한때 100여 가구의 화전민들이 살았지만, 지금은 3가구만이 이곳을 지키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최우선 / 서울 관악구
- "날이 더운데 수풀이 우거져서 생각보다 덥진 않습니다. 그리고 여기저기 뱀딸기도 있고 볼 것도 많고 그래서 나름 길이 매력적입니다. 옆에 흐르는 강물도 있고…."
비수구미 민박집에서 길손들의 배를 채워주는 산채정식.
청정 자연에서 채취한 산나물에 참기름과 고추장을 넣고 비빈 뒤 한 입 털어 넣습니다.
좋은 재료에서 우러나는 향긋함이 입을 거쳐 온몸으로 퍼져 나갑니다.
가마솥에서 은근한 불로 끓여낸 멸치 된장국에선 고향 어머니의 손맛이 우러납니다.
▶ 인터뷰 : 여 훈 / 경기 고양시
- "산나물 비빔밥이 맛있어요. 멸치도 맛있고, 각종 반찬도 맛있고…계곡 물소리 들리고, 중간 중간 들어가서 발 담그고, 내려오다 얘기 나누고, 쉬다가 걷다가 아주 좋았어요."
한여름 햇볕에 뜨거워진 몸을 계곡에서 잠시 식힙니다.
동심으로 돌아간 어른들은 물장난 삼매경에 빠졌습니다.
▶ 인터뷰 : 백운용 / 경기 양평읍
- "시원하죠. 엄청나게 시원하죠. 봄철에는 산나물이 많고, 가을에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풍을 자랑하는 계곡, 비수구미."
구름이 가까워 옷이 젖는 곳, 물과 꽃이 흐르는 길, 화천.
꽃과 함께 이어진 물길을 걸으며 몸과 마음이 촉촉해지는 힐링을 경험해 보는 건 어떨까요.
MBN 뉴스 이정석입니다. [ljs730221@naver.com]
영상취재 : 이정석 기자
영상편집 : 국차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