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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끝난 7.30 재보궐 선거는 한 마디로 '여권의 압승', '야권의 참패'라 할 만합니다.
사실 6.4 지방선거도 엄밀히 말하면 야권의 패배였지만, 야권은 애써 '무승부'라고 자위했지만 이번 7.30 재보궐 선거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야권의 대패입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절망' 그 자체입니다.
야권 단일화라는 명분이 중요하긴 했지만, 그래도 유일하게 서울에서 치러지는 동작을에 후보조차 내지 못했습니다.
수원병에서는 영원한 잠룡 손학규 후보가 정치신인이자 재산 신고 논란이 있었던 김용남 후보에게 패했습니다.
안방인 전남 곡성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상징인 이정현 후보에게 큰 표 차이로 졌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어디서 잘못된 것일까요?
오늘 아침 새정치민주연합의 내부 회의는 무거운 침묵 속에 비공개 회의로 진행됐습니다.
김한길, 안철수 두 공동대표의 사퇴가 이어졌습니다.
두 사람의 말입니다.
▶ 인터뷰 : 김한길 /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겠다. 이겨야 하는 선거에서 졌다. 죄송하다. 모든 책임을 안고 공동대표의 직에서 물러난다. 앞으로는 백의종군의 자세로 새정치연합이 부단한 혁신을 감당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
이름 가지고 얘기하기는 그렇습니다만, 세간에서 두 사람이 '철수의 한길로' 갔다고 합니다.
재보궐 승리, 그리고 2016년 총선 승리, 마지막으로 그 이후 있을 2017년 대선 승리의 한길로 가지 못하고 두 사람은 이제 철수의 한길로 가는 걸까요?
두 사람의 운명을 바꿔놓은 것은 무엇보다 원칙과 명분도 없었던 전략공천입니다.
6.4 지방선거때도 광주에 윤장현 후보를 전략공천한 후폭풍을 겪었고, 이번에 7.30에서도 기동민 후보와 권은희 후보의 공천은 당내에서 조차 많은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하지만, 두 대표는 이런 반발을 효과적으로 설득하지 못했고, 또 힘으로 누르지도 못했습니다.
▶ 인터뷰 :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어제)
- "세월호 참사, 인사 참사, 유병언 수사에서 보여줬던 정부 무능에 대해 책임을 묻는 선거. 또 참사 후 새로운 대한민국 만드는 시작이 될 수 있는 기회이다. "
▶ 인터뷰 : 김한길 /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어제)
- "새정연은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박 정권을 견제할 세력은 우리뿐. 새정연에게 무능하고 무책임한 집권세력을 견제할 수 있는 힘을 보태주십사하고 간곡하게 호소한다"
하지만, 그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심판받은 것은 박근혜 정부가 아니라 바로 자신들이었습니다.
세월호 참사와 유병언을 놓친 정부의 실책은 야권의 무능 앞에서 바람처럼 사라졌습니다.
유권자들은 야권에서 희망을 보지 못한 듯합니다.
수도권은 물론 호남에서도 새정치민주연합은 더 이상 수권세력이 아니라는 경고도 나왔습니다.
전남 순천 곡성의 이정현 새누리당 당선인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이정현 / 새누리당 순천 곡성 당선인
- "이정현이 잘나서가 아니라 일단 한 번 기회를 줘보겠다는 의미란 점을 잘 알고 있다. 국민 여러분께서는 순천시민과 곡성군민이 우리 정치와 지역 구도를 바꾸는 위대한 첫걸음을 내디딘 것을 감격스럽게 보고 계실 것이다. 유권자들을 하늘처럼 받들고 은혜를 갚으며 살겠다. 호남 정서 대변, 인재 양성을 위한 머슴이 되겠다"
'박근혜의 남자'인 이정현 후보가 당선된 것은 그의 진정성때문일 겁니다.
'예산폭탄'이라는 이정현 후보의 공약을 놓고 야권에서는 거짓이라고 주장했지만, 주민들은 혹여나 하는 기대를 가졌습니다.
'잘살게해주겠다'는데 야권, 여권이 어딨냐는 민심이 움직였습니다.
'정권 심판'이니 '박근혜 대통령'이니 하는 거대 담론이 아니라 지역 현안을 파고 든 생활밀착형 선거전략도 통했습니다.
암투병중인 아내의 헌신적인 지원은 여심을 울렸습니다.
그런 노력이 마침내 철옹성 같은 지역구도를 깼습니다.
거꾸로 말하면, 야권은 이정현 후보가 보여준 것들은 하나도 보여주기 못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정권심판에 기댔고, 지역주의에 기댔고, 명분없는 전략공천에 기댔습니다.
패배 요인은 명백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쉽게 고쳐지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도 너무나 예측 가능합니다.
그래서 야권 지지자들은 당분간 뉴스를 보지 않겠다고 합니다.
이게 지금 야권이 처한 현실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