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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에서는 여성의 낙태를 죄로 보고 금기하고 있죠. 그런데 어제 프란치스코 교황이 여성의 낙태를 한시적으로 용서한다는 교서를 발표했습니다. 이를 두고 찬반이 뚜렷이 엇갈리고 있는데요. 그 뒷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 정재우 신부 모셨습니다.
(인사)
정재우
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장 신부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 소장
-앵커
프란치스코 교황이 좀 파격적이기는 했었죠? 그동안의 행보들이. 그런데 이번에는 정말 더 놀랐습니다. 낙태를 그러니까 허용한다는 교서까지 발표하게 된 배경이 있습니까?
=정재우 신부
우선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중요하게 여기서 구별하실 것은 낙태를 허용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선 말씀을 드리고요. 낙태를 범한 사람들에 대한 그 자비를 이야기한 것이지, 낙태는 앞으로 해서 된다라는 말씀을 하신 것은 아니라는 것을 먼저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앵커
낙태한 여성에 대해서 용서하는 것이지, 낙태를 할 것을 용서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씀이시군요.
=정재우 신부
맞습니다.
-앵커
그 배경이 무언가요?
=정재우 신부
그것은 지난 3월에 부활절을 앞두고 교황님께서 가톨릭 교회가 어떻게 하면 하느님의 자비를 조금 더 사람들에게 잘 이렇게 실천적으로 전달될 수 있겠는가를 고민하시면서 자비의 해를 선포하신 바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이제 조금 더 실천적으로 접근하는 그런 일환으로 이번 교서를 발표하시게 된 것입니다.
-앵커
제가 이해가 안 되는 게 원래 가톨릭에서는 신부님한테 가서 고해성사를 하면 모든 죄가 사해 졌었잖아요. 그러면 모든 죄가 낙태한 여성들도 그동안 그렇게 해서 용서를 받지 못했던 겁니까?
=정재우 신부
용서를 받고 있었습니다. 다만 너무 쉽게 용서를 해 주기보다는 그런 용서를 해 줄 수 있는 권한을 일부 사제에게만 또는 특별한 주교에게만 이렇게 부여하고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물론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지만 그것은 조금 이따가 말씀드리기로 하고요. 우선 서구 사회에서는 그렇게 어떤 주변인이나 특별한 신부님들만 사제, 낙태의 죄를 용서할 수가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모든 사제가 다 낙태를 용서해 줄 수 있도록 그런 권한을 부여해 주신 것이 이번 교서의 의미입니다.
-앵커
우리나라는 예외라고 하신 게 그러면 우리나라는 지금 모든 신부님들이 권한을 갖고 있으니까 사실상 이번 일하고는 크게 관련이 없다?
=정재우 신부
그렇습니다. 잘 알고 계시네요. 그렇게 우리는 선교 지역으로 해서 모든 사제가 다 낙태를 용서할 수 있는 권한을 특별히 받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이번 교서가 발표되기 이전에도 어느 신부님이나 찾아가면 낙태를 용서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앵커
다른 신부님들은 이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재우 신부
이것은 교황님께서 아주 큰 결단을 내리셨다고 저희가 보고 있고요. 다만 아까 처음에 말씀드린 것처럼 낙태에 대한 용서, 이것이 낙태를 허용한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되겠다, 이 점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앵커
그런데 저는 좀 억울한 일도 있을 것 같습니다. 2009년인가요? 지난 2009년에 브라질에서 의붓 아버지한테 성폭행을 당해서 임신을 한 9살짜리 소녀가 있었어요. 그 아이는 너무나 작고 어렸기 때문에 의사들마저도 아이를 낙태하는 게 옳다고 경고를 했는데도 가톨릭계에서는 그걸 반대했었거든요. 그 아이는 너무 억울하지 않을까요?
=정재우 신부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낙태라는 한 태중에 있는 생명이 희생되는 이 낙태를 둘러싸고 이 사회의 모습, 모든 것이 이 낙태에 대해서 책임이 있다는 것을 우리가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고요. 그리고 무고한 생명을 직접적으로 죽이는 행위는 어떤 경우에도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것은 변함 없는 법칙으로 저희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남겨두고 이제 어떻게 하면 그런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접근할 수 있는가 이것을 우리가 함께 고민해 봐야겠습니다.
-앵커
그러면 낙태를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낙태를 한 여성을 용서하는 것이라고 하시니까 그러면 이 기간 동안에 만약에 어떤 또 어린 여자아이가 잘못된 방법으로 아이를 가졌을 경우 그 아이는 그러면 낙태를 하면 안 된다는 말씀이십니까, 여전히?
=정재우 신부
여전히 낙태를 반대하는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앵커
용서를 받는 대상은 낙태한 여성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죠?
=정재우 신부
낙태에 관계된, 낙태를 조장하고 낙태에 대한 압력을 넣었다거나 낙태를 시술했다거나 이런 그런 모든 서로 사람들이 낙태에 책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분들도 모두 이번 기회를 통해서 용서를 받으실 수 있는 그런 교서가 되겠습니다.
-앵커
잘 이해가 안 되는 게 용서를 한다는 것은 사실 신만이 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정재우 신부
네, 그렇습니다.
-앵커
신부님께서 그래서 말만 하면 용서가 된다는 게 조금 이해가 안 돼서 여쭙고 싶었어요.
=정재우 신부
용서, 하느님의 용서는 우리에게는 눈에 보이지 않고 우리에게는 직접적으로 피부로 와닿고 느껴지지 않는 것이 있는데요. 엄밀히 말씀드리면 용서하는 권한이라기보다는 하느님의 용서를 전해주는 그런 역할을 한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되겠습니다.
-앵커
오늘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