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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마취제를 갖고 있으니, 혹 여학생을 납치하고 싶거들랑 받아가라'
얼마 전, 한 대학교수가 수업 중에 학생들에게 한 말입니다. 본인은 그냥 우스갯소리였는지 모르겠지만, 듣는 학생들은 불편했죠. 학교에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하루 만에 700건이 넘는 항의성 댓글이 이어졌고, 대학 측은 조사에 나섰습니다.
'위안부로 끌려간 여자들은 끼가 있어서 따라간 거다'
'세월호 선장이 무슨 큰 잘못을 한 건지 모르겠다'
'내가 본 흑인의 자녀는 노예같이 생겼더라'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친다는 사람들이 한 말입니다.
이 뿐일까요?
'늙으면 죽어야 한다'
'여자가 맞을 짓을 했으니 맞은 거다' '형편이 어려운데 왜 재판을 하느냐'
믿을 수 없으시겠지만 재판 중 판사가 피해자와 피고에게 한 말입니다. 심지어 피고인의 말이 거짓이면 감정 비용을 전액 부담하게 하겠다며 고압적으로 호통을 치기도 했죠.
사실 이런 일은 잊을 만하면 생기는 게 아니라 늘 있어 왔던 일이고, 단지 어쩌다 하나씩 알려진 겁니다.
판사와 교수, 소위 배웠다고 하는 이들이 이런 막말을 그것도 공개적으로 서슴없이 하는 건 그들의 특권의식 때문입니다. 재판장의 최고 권위자는 판사, 강단의 최고 권위자는 교수니 거침이 없는 거죠.
그래서인지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되지 않으면 제대로 징계도 하질 않습니다.
막말 교수들이 다시 강단에 서는 건 비일비재, 지난 5년간 막말을 한 판사를 상대로 제기된 진정과 청원 74건 중 실제 징계처분이 내려진 건 단 한 건뿐이니까요.
교수의 말 한 마디는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건 물론 삶의 방향을 정하게 하고, 판사의 말 한 마디는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그들의 입은 그만큼 책임감으로 무거워야 합니다.
권위는 지식과 지위가 아닌 정제된 말과 품격있는 행동으로 생기는 겁니다. 지성인이라면 알 텐데, 지성인이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