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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멘트 】
얼마 전 미진한 경찰 수사 탓에 학교 폭력 피해자 측이 스스로 학폭 가해자의 혐의를 밝혀낸 안타까운 사연 전해드렸는데요.
입에 담기 힘들 정도의 언어 폭력에도 학폭위 처분은 고작 사회봉사에 그쳤고, 행정 소송을 통해 2년 만에 가해자의 전학 처분을 받아냈습니다.
학폭위가 본격 운영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유명무실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강서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동급생들로부터 성추행 허위 자백을 요구받으며, 폭행 당했던 A군의 학교 폭력 피해는 이 날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언어 폭력을 당한 정황이 추가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가해 학생은 페이스북 채팅방에서 수차례 A군과 가족을 모욕해왔습니다.
"A군의 쌍둥이 누나를 성폭행하겠다", "A군 어머니에게 흉기를 휘두르겠다는" 등 패륜적인 언행을 일삼은 겁니다.
▶ 인터뷰 : A군 모친
- "있을 수 없는 내용이었고. 제가 뭘 잘못 봤나. 친구의 부모인데 엄마 아빠인데 어떻게 이렇게 표현을 하고 언급을 할 수 있을까."
당시 학폭위는 '사회봉사' 이하의 가벼운 처분을 내렸는데, A군이 "괜찮다"고 진술했다는 것이 주요 근거였습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따돌림 대상이던 A군이 피해에 둔감해져 피해 호소를 못했을 수 있다"며 가해 학생에 대해 뒤늦게 전학 조치를 내린 겁니다.
전문가들은 겉도는 학폭위 심의 때문에 지리한 소송전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꼬집었습니다.
- ▶ 인터뷰(☎) : 최선희 / 푸른나무재단 상담본부장
- "(학폭위에는) 피해 학생이 얼마나 고통을 겪고 있는지 또는 이 피해 학생이 얼마나 회복되고 있는지 이런 지표가 전혀 없거든요. 그래서 이러한 지표나 체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해요."
관할 교육청은 이번 결정에 대해 해명하지 않았고, A군 측은 지난 2년 간 그 누구에게도 사과 받지 못했습니다.
▶ 인터뷰 : A군 모친
- "제가 미치는 줄 알았어요. 아무도 제대로 들여다봐 주지를 않았어요. 담당 장학사는 소송해서 어머니가 밝히세요. 과연 이분들이 그 자리에 계시는 이유가 뭘까."
MBN뉴스 강서영입니다.
[kang.seoyoung@mbn.co.kr]
영상취재 : 이권열·강두민·안지훈· 이성민 기자
영상편집 : 양성훈
그래픽 : 이새봄·염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