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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멘트 】
내일이 3·1절이죠.
3·1운동 당시 멀리 멕시코에선 '애니깽'이라 불리는 선인장 농장에서 고된 노동을 하며 독립자금을 댄 숨은 유공자가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서훈을 받지 못한 후손들이 상당수 남아 있습니다.
더 잊히기 전에 이제는 우리가 기억해야 하겠죠.
정치훈 기자입니다.
【 기자 】
▶ 인터뷰 : 루이스 올슨 / 독립유공자 허재호 선생 증손자
- "나의 증조부는 1905년 전라도 해남에서 멕시코로 이주했습니다. 할아버지 허재호 선생은 3·1운동과 광주학생독립운동 자금을 내는 등 독립운동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한국인의 얼굴이 남아있는 올슨 씨는 멕시코 이민 4세입니다.
그의 증조부는 에네켄 농장에서 일한 돈을 모아 독립자금을 냈지만, 아직 서훈 추서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1905년 멕시코로 이주한 1천 명 가운데 서훈 추서가 된 유공자는 112명.
이 가운데 실제 현지 후손에게 서훈이 전달된 건 고작 38명입니다.
서훈을 받아도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 인터뷰 : 김 식스토 / 독립유공자 김동순 선생 아들
- "할아버지 김창용. 아버지 김동주(순)."
서툰 한국어로 아버지의 이름을 불러보는 그의 모자에는 '대한민국'이 적혀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으로 송환된 유해는 딱 한 분.
독립유공자들의 묘는 아직도 현충원이 아닌 머나먼 이국 땅에 방치돼 있습니다.
▶ 인터뷰 : 김재기 /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세상을 떠났어도) 그래도 아버지에 대한 것, 할아버지에 대한 것, 어머니에 대한 것들은 후손들이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그분들 만나서 구술로라도 기록해 놓는 게 지금이라도 중요하죠. 3세대까지 떠나면 영영 묻혀 버릴 수 있다는…."
김 교수는 당시 멕시코 4개 지역에서 3·1운동을 지지하고 독립의연금 모금이 이뤄진 걸 밝혀냈습니다.
이를 토대로 아직 300명 넘는 숨은 독립유공자가 멕시코에 남아 있다고 설명합니다.
올해는 멕시코 한인 이주 120주년.
후손들은 한글로 할아버지의 이름을 쓰며 자신의 뿌리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MBN뉴스 정치훈입니다. [pressjeong@mbn.co.kr]
영상취재 : 최양규 기자
영상편집 : 이범성
영상제공 : 김재기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