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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멘트 】
가로수가 아름답게 늘어선 길은 그 자체만으로 관광상품이 되기도 하고, 도심의 공기청정기 역할을 하는 고마운 존재입니다.
하지만, 모든 가로수가 다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아름드리 나무가 사람이 지나는 인도를 절반 이상 차지하면서 길의 주인이 사람인지 나무인지 구분이 안 가는 곳들이 있어 윤길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7천 명이 넘는 학생들이 다니는 수도권의 한 대학교 앞입니다.
1m 80cm 너비 보행로 3분의 2를 커다란 가로수가 차지했습니다.
가뜩이나 좁은 길을 지나는 보행자들은 곳곳에 놓인 나무를 피해 걸어야 합니다.
▶ 인터뷰 : 김성규 / 인근 대학교 학생
- "인도가 나무로 막혀 있어서 친구들하고 차도로 많이 돌아다니는데…."
600세대가 넘는 아파트 단지와 빌라가 몰린 마을 보행로는 상황이 더 나쁩니다.
가로수 옆에 전봇대와 가로등까지 있어 길을 걷는 사람들이 지그재그로 피해 다니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합니다.
나무뿌리가 자라나 울퉁불퉁해진 곳에서는 아예 인도를 포기하고 차로로 내려와서 걷는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 스탠딩 : 윤길환 / 기자
- "폭 2m의 보행로에서 가로수 때문에 실제 다닐 수 있는 공간은 40cm가 채 안 되는데요. 특히 유모차나 휠체어를 탄 교통 약자들은 도저히 지나갈 수 없는 구조입니다."
▶ 인터뷰 : 김제옥 / 경기 수원시
- "나무가 먼저인 것 같아요. 사람이 먼저여야 하는데, 다니기가 불편해서 몇 번 사고 날 뻔하고 몇 번 넘어질 뻔해서…."
도심의 가로수는 산림청의 매뉴얼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합니다.
산림청 매뉴얼에는 보행로 폭에 맞춰 심어야 하는 나무 크기를 정해놨지만, 어디까지나 권고사항일 뿐입니다.
▶ 인터뷰(☎) : 산림청 관계자
- "권장사항 정도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보도마다 폭도 다 다르고 주변 여건도 다를 거고요. 이를 다 고려해서 제시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거든요."
애물단지로 전락한 가로수는 주민들이 요청할 경우 시군구청에서 베거나 뽑을 수 있습니다.
MBN뉴스 윤길환입니다.
영상취재 : 배완호 기자, 김재민 VJ
영상편집 : 한남선
그 래 픽 : 송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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