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보기
【 앵커멘트 】
지난달 영남 일대를 휩쓴 '괴물 산불'의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소나무가 지목되고 있죠.
그래서 물기 많은 활엽수가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는데, MBN 취재진이 피해 현장을 가보니 실제로 차단 효과가 뛰어나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김민수 기자가 산불 피해 지역인 주왕산국립공원 일대를 다녀왔습니다.
【 기자 】
주왕산국립공원 한복판 해발 400m 고지에 위치한 너구마을입니다.
주왕산국립공원 일대가 새카맣게 불탔는데도 이곳만은 멀쩡합니다.
산 아래서부터 올라가는 산길까지 잿더미가 됐던 만큼 마을 주민조차 어리둥절했습니다.
▶ 인터뷰 : 권성환 / 너구마을 이장
- "저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이 동네는 (산불이) 쓸고 갔겠구나'라는 생각을 한 거죠. 하늘이 도왔다. 마을이 용케 집들만 놔두고 집 경계를 타고 간 걸 보면…."
주왕산국립공원에 인접한 달기약수터가 쑥대밭이 된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최대순간풍속이 초속 25m인 강풍에 실린 불씨가 이곳엔 무자비하게 쏟아졌습니다.
▶ 스탠딩 : 김민수 / 기자
- "소형 트럭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불탔습니다. 주차장의 고무 블럭도 숯덩이가 됐는데요. 화재 당시 이곳에 1천 도가 넘는 맹렬한 불길이 덮쳤다는 걸 보여줍니다."
인접한 두 개 마을의 명암을 가른 건 주변에 자리잡은 침엽수와 활엽수의 차이였습니다.
달기약수터는 솔잎이 무성한 소나무가 감싸고 있는 반면에 너구마을은 가지만 앙상한 활엽수가 감싸고 있는데, 공중에서 내려다보면 두 마을의 차이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 인터뷰 : 명현호 / 국립공원연구원 기후변화연구센터장
- "너구마을 입구까지는 소나무가 분포하고 있고,너구마을 주변 50m 반경으로는 참나무들이 분포하고 있고요. 참나무들이 마을을 둘러싸고 있어서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소나무는 불에 잘 타는데다 불길이 나무 꼭대기까지 옮겨붙어 불씨를 여기저기 흩뿌리는 특징이 있어 산불에 취약합니다.
척박한 토양에서 잘 자라고 송이 재배 환경도 제공하는 등 경제적 가치가 높지만 초대형 산불 앞에 이런 장점은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산림청은 산불 피해 집계가 끝나는 대로 소나무와 활엽수 군락지를 적절하게 배합하는 '혼효림'의 구체적인 조성 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MBN뉴스 김민수입니다.
[ smiledream@mk.co.kr ]
영상취재 : 김원 기자
영상편집 : 이주호
그 래 픽 : 김지예
#MBN #산불 #괴물산불 #청송군 #소나무 #활엽수 #국립공원공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