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북동부 메갈라야 여행①
동양의 스위스 ‘실롱(Shillong)’
영국령 인도제국 당시 건설된 도시
동양의 스위스 ‘실롱(Shillong)’
영국령 인도제국 당시 건설된 도시
↑ 스카이워크에서 바라다본 실롱 시내 모습 |
6달러짜리 비행기 타고 실롱으로
듣던 대로 항공권 가격이 단돈 6달러(한화 약 8,000원)라니, 실롱(Shillong)에 공항이 있다는 사실도 놀라운데, 구와하티(Guwahati)에서 출발해 실롱까지 가는 항공권 가격은 입이 쩍 벌어지는 숫자다. 차로 약 100km 거리, 고작 50분의 짧은 비행이라도 여전히 입을 다물긴 쉽지 않다. 6달러짜리 비행기, 과연 잘 뜰 수 있을까?↑ 실롱행 소형 프로펠러 비행기 |
산이 많고 계곡과 고지대 고원이 펼쳐져 있는 메갈라야는 지질학적 여행장소로 제격이지만 관광지로 널리 알려진 곳은 아니다. 그만큼 이동수단이나 여행시설 등의 부재에 따른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 허나 반대로 관광객이 많지 않아 때묻지 않은 순수함과 한적함을 즐길 수 있다는 건 장점으로 작용한다.
↑ 50인승 규모의 실롱행 소형 프로펠러 비행기에 탑승하는 승객들(가운데), 활주로에서 도보로 이동 가능한 실롱 공항 전경 |
50분의 비행거리, 이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바퀴는 금세 실롱 공항 활주로에 안착했다. 곧이어 승객들 사이에서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비행기라기보다 관광지에서 경험하는 여느 액티비티를 막 마친 듯한 분위기다. 나 역시 그 속에서 옅은 미소로 환호성에 힘을 실었다. ‘Welcome to Shillong(실롱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이라는 승무원의 안내와 함께 액티비티는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 폴리스 바자가 시작되는 실롱 중심가 입구 |
Info 구와하티발 실롱행 직항 항공편이 목·일요일을 제외한 하루에 1회, 주5회 운항한다. 구와하티에서 실롱행 버스나 셰어택시를 이용할 경우 5시간가량 소요된다.
도심 속 교통체증과 인파에도 불구하고
↑ 실롱 중심가 주변 도로를 꽉 메운 교통체증. 차량과 인파로 뒤섞인 실롱 시내 모습과 중심가 시장 풍경 |
그렇게 도착한 실롱의 시내 중심가, 교통체증에서 벗어난 기쁨도 잠시 이번엔 수많은 인파가 몰린 시장 풍경에 압도당하고 말았다. ‘동양의 스위스’라고 불리는 실롱, 규모 면에서 소도시에 불과한데도 인구 밀도는 여느 대도시 못지 않은 이곳. 스위스의 한적한 풍경을 기대했지만 이곳의 첫인상은 그저 인구 대국, 인도였다.
↑ 인파로 넘쳐나는 실롱 시내 거리 풍경 |
해발 1,496미터에 위치한 실롱은 일년 내내 비교적 쾌적하고 시원한 기후를 나타낸다. 실롱이 최근 들어 인도인들 사이에서 국내여행지 일 순위로 꼽히는 이유기도 하다.
↑ 인파로 넘쳐나는 실롱 중심가 시장 거리 풍경 |
Info 실롱 시내와 주변을 오가는 교통편은 셰어택시가 유일하다. 실롱 어디서든 ‘TAXI’ 사인이 붙은 노란색 소형차를 쉽게 볼 수 있으며, 일반 택시처럼 승객이 원하는 위치에서 타고 내릴 수 있다. 거리에 따라 요금이 달라지는데, 타기 전 요금 확인은 필수.
‘작은 영국’을 구성하는 교회와 대성당
실롱 도심과 주변 볼거리에서 핵심은 교회와 대성당이다. 실롱에 교회와 대성당이 건설된 건 영국의 식민 통치를 받던 때. 1858년부터 1947년까지 이어진 영국령 인도제국 당시 영국인들은 이곳에 ‘작은 영국’을 건설하기로 결심했고, 그에 따라 도시 곳곳에 여러 개의 교회와 대성당을 지었다.한번에 수천 명을 수용할 수 있을 만큼 크고 넓은 공간은 물론 유럽의 전통 건축양식을 본 따 지어진 건물은 현재까지도 실롱을 대표하는 건축물로 각광받는다. 실롱 도심에 위치한 폴리스 바자(Police bazaar)에서 남쪽으로 나 있는 메인 도로인 소소 탐 로드(Soso Tham Road)를 따라 약 1km를 걸어 이동했다. 실롱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 중 하나인 올 세인트 교회(All Saints Church)를 방문하기 위해서다.
↑ 실롱에서 가장 오래된 올 세인트 교회는 목조로 지어졌다. |
실롱을 대표하는 대성당은 도심에서 살짝 벗어난 라이트무크라(Laitmukhrah) 언덕 위에 자리한 마리아 대성당(Cathedral of Mary Help of Christians)이다.
1913년 독일 구원파 소속의 가톨릭 선교사들에 의해 건설되었으며, 당시 인도 북동부 일대에 지어진 최초의 가톨릭 대성당이었다. 현재까지도 북동부에 위치한 예배당 중 가장 아름다운 성당으로 꼽히는 이곳은 평화를 상징하는 파란색이 건축물 전체를 감싸고 있어 ‘블루 성당(Blue Catholic church)’이라 불린다.
↑ 인도 북동부 최초의 대성당인 ‘기독교인의 도움이신 마리아 대성당(Cathedral of Mary Help of Christians)’은 ‘블루 성당’으로도 불린다. |
Info 교회와 대성당은 실롱 도심에서 도보로 이동이 가능한 위치에 있다. 예배당 내부를 둘러 보고 싶다면 예배가 열리는 일요일이나 수요일 저녁 방문을 추천한다.
↑ ‘기독교인의 도움이신 마리아 대성당’의 야외 정원 |
아시아 최대 원주민 문화 박물관
돈 보스코 박물관(Don Bosco Museum)을 둘러보려면 적어도 2~3시간이 소요된다는 후기가 괜히 나온 말이 아니었다. 2003년에 개관한 박물관은 아시아 최대의 원주민 문화 박물관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인도 북동부의 풍부하고 다양한 전통과 아름다운 문화를 보여준다.가톨릭 교회의 살레시오 수도회가 관리하는 개인 소유 박물관으로 1층부터 시작해 실롱 시가지를 조망할 수 있는 7층 스카이워크까지 오르다 보면 2~3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유물과 그림, 미술품, 장식품, 지역 의상, 무기 수공예품, 사진 등 다양한 컬렉션이 전시되어 있기 때문.
↑ 인도 북동부 각 부족(위), 종교와 문화를 소개하는 박물관 전시장 모습(아래) |
바구니 갤러리도 박물관의 대표적인 전시품 중 하나다. 대나무를 활용해 카시족이 만드는 바구니의 역사, 디자인 등을 살피며 다양한 모양과 형태의 바구니를 감상할 수 있다. 카시족은 대개 1년 정도된 대나무를 활용해 바구니를 만드는데, 이 대나무는 매년 7월과 10월 사이 숲에서 채취한 것을 주재료로 사용한다고 한다.
관광명소의 성격보다 인도 북동부 학생들의 견학 장소로 더 각광받는 이곳. 주민들의 문화적 지식과 경험을 대중화하기 위해 설립된 돈 보스코 박물관은 교육과 학습의 장으로 통용된다.
↑ (좌로부터)7층짜리 육각형 건물에 자리한 돈 보스코 박물관, 카시족이 만드는 바구니의 역사와 디자인 전시장, 인도 북동부 민속 악기와 전통 의상이 전시된 갤러리 |
Info 돈보스코 박물관은 월~토요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문을 연다. 가톨릭교구 축일이나 행사 등으로 문을 닫는 경우가 종종 있으므로 방문 전 홈페이지(www.dbcic.org) 확인은 필수.
실롱의 자랑, 하나뿐인 공원과 호수
실롱의 중심가를 걷다 보면 1970~80년대 우리나라 소도시 풍경이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과거로 회귀한 것 같은, 마치 영화 세트장에 온 것 같은 비현실적인 기분을 느끼다가도 ‘K-팝’에 열광하는 현지인들을 만날 때면 21세기를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자각하게 된다. 하루에도 여러 번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경험은 꽤 짜릿하고 흥미롭다. 실롱의 자랑인 호수와 공원에 간 날은 더욱 그랬다. 일단 두 곳 모두 입장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점부터 흥미를 돋웠다.↑ 실롱에 하나뿐인 공원, 레이디 하이다리 공원 전경 |
원형 디자인 요소가 눈에 띄는 작은 연못과 그 주변을 에워싼 둥근 모양의 울타리, 버드나무 등은 일본식 정원을 본 따 지어졌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미니 동물원과 호수, 어린이 놀이터를 차례로 지나친다. 규모는 작지만 실롱의 하나뿐인 공원이라는 점이 특별함을 선사한다.
↑ 1894년에 건설된 인공 호수, 워즈 호 |
화단과 자갈길, 아름다운 분수, 나무 다리가 있는 무성한 정원으로 둘러싸여 있는 호수는 산책하듯 둘러보거나 한 곳에 머무르며 휴식을 취하기에 안성맞춤. 보트타기는 이곳 최고의 액티비티다.
※ 인도 북동부 메갈라야 여행 두 번째 이야기가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 (좌로부터)레이디 하이다리 공원 입구 매표소, 워즈 호에 자리한 카페테리아, 보트타기는 워즈 호 최고의 액티비티다. |
Info 공원과 호수의 주말 방문은 되도록이면 피하는 것이 좋다. 가족나들이 방문객들로 혼잡함이 넘쳐나기 때문. 한적하게 풍경을 즐기고 싶다면 평일 오전시간이 제격이다. 원즈 호는 규모가 크므로 여행 동선을 짤 때 주의할 것.
[글과 사진 추효정(여행작가)]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24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