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그루밍’은 익히 아는 단어다. 고양이가 자신의 몸을 핥아 털을 깨끗이 청소하고 가지런히 정돈하는 행동을 가리킨다. 그런데 이 행동을 다른 고양이에게 해 줄 때는 ‘알로 그루밍’이라고 부른다. 집사 역시 알로 그루밍의 대상이다.
↑ (사진 Wikimedia commons ©Famartin) |
자신의 몸이 아닌 다른 고양이의 몸을 그루밍해주기도 하는데, 바로 ‘알로 그루밍(Allo grooming)’이다. 다묘 가정이나 집단생활을 하는 길냥이들에게서 서로를 그루밍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루밍이 셀프 개념이라면 알로 그루밍은 사회적 행동인 셈이다. 특히 무리 생활을 하는 동료들 사이에서 알로 그루밍은 평화를 유지하고 서로의 냄새를 친숙하게 만들어 동료임을 인식하는 표식으로도 활용한다. 서열이 높은 고양이가 낮은 고양이를 알로 그루밍해 준다는 사실은 조금 의외다.
그런데 알로 그루밍은 대상에 따라 그루밍하는 부위가 다르다. 동료 고양이들이나 형제자매 고양이들이 서로의 이마나 눈과 귀 주변을 그루밍해 애정을 표현한다. 어미가 새끼를 그루밍할 때는 머리부터 똥꼬까지 전체 부위를 포괄한다. 아직 어려서 스스로 그루밍을 하지 못하는 새끼를 핥으며, 배변을 유도하고 청결을 위해 변 냄새를 없애 주는 것이다.
알로 그루밍 때문에 싸움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귀찮아하는 신호를 알아채지 못하고 계속해서 그루밍을 하거나, 상대가 싫어하는 부위를 핥거나, 그루밍을 하던 냥이가 갑자기 상대를 깨물거나 할 때 등이다. 대개는 엎치락뒤치락하다 끝나지만 정도가 심하거나 알로 그루밍할 때마다 다툼이 발생하면, 각자의 영역을 구분해 따로 두는 것이 서로에게 좋다.
집사를 핥는 것도 기본적으로는 애정과 유대감을 표현하는 알로 그루밍이다. 흥미로운 점은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고양이가 집사를 동료나 형제자매처럼 생각할 때는 그루밍 부위가 얼굴과 머리 주변의 일정한 영역에 한정돼 있고, 집사를 새끼 냥이로 여길 때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신을 그루밍해 준다는 사실이다. 간혹 원치 않은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 사진 위키미디어 커먼스(Wikimedia commons ©Famartin)]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25호(24.4.1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