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해 협박에 감금·스토킹까지…처벌은 고작 징역형 집유?

이별 통보 받자 "죄책감 갖고 살라"며 소주병으로 손목 그어 협박
협박·스토킹·감금까지…징역형 집행유예, '솜방망이' 처벌 아닌가

↑ 스토킹(CG) / 사진=연합뉴스

깨진 소주병으로 자기 손목을 그어 이별을 통보한 연인을 협박하고, 감금뿐만 아니라 반복적으로 피해자 의사에 반하는 메시지를 보내며 스토킹한 30대가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2단독 박현진 부장판사는 특수협박, 감금,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31세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오늘(30일) 밝혔습니다.

이어 A씨에게 보호관찰과 스토킹 범죄 재범 예방 강의 40시간 수강을 명령했습니다.

A씨는 1년간 교제한 31세 B씨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자 2023년 10월 3일 오전 4시쯤 원주시에 살던 B씨를 집 앞에 나오게 한 뒤 '헤어지면 네가 보는 앞에서 죽을 테니 죄책감 갖고 살라'며 깨진 소주병으로 자신의 왼쪽 손목을 그었습니다.

A씨는 이별을 통보하면 자기 신체에 해를 가할 것처럼 B씨를 협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이어 다음날인 10월 4일 오후 6시쯤 직장에 있던 B씨를 불러내 차를 타고 섬강 인근 주차장으로 간 뒤, B씨가 차에서 내리려 하자 강가로 이동할 것처럼 차량 가속페달을 밟았으며 드라이버로 자기 허벅지를 찌를 것처럼 협박하기도 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A씨는 '내가 쥐여주는 것으로 날 찔러, 그렇지 않으면 네가 죽을 거야'라고 말하며 B씨를 원주시 한 모텔로 데리고 가 2시간 동안 감금하기도 했습니다.

같은 달 6일과 11일 퇴근 무렵 B씨의 직장 앞에 찾아가 기다리고, 같은 달 11일 오후 4시 38분쯤 '이왕 연락이 닿았으면 끝을 보는 게 서로 좋겠다'며 피해자 의사에 반하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발송하는 등의 스토킹 혐의도 존재했습니다.

박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깨진 소주병과 드라이버를 이용해 특수협박을 하지 않았다고 변명하나 진술 등을 종합하면 혐의를 인정할 수 있다"며 "범행이 집요하고 폭력적이어서 큰 공포심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나 변론 종결 후 합의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습니다.

한편, 협박과 감금, 스토킹 등의 범죄에 대한 형량이 대체로 가볍다는

의견 또한 꾸준히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솜방망이' 처벌이 지속되면 연인 사이 발생하는 범죄에 대한 문제의식 없이 지속적으로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트라우마, 신체적 상해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해당 범죄에 대한 형량 적절성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강윤지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forteyoung061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