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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아프리카’, 단막극의 가능성을 엿보다

기사입력 2013-11-08 09:37 l 최종수정 2013-11-08 10:07

[MBN스타 금빛나 기자] “아프리카에서 굶어 죽어가는 애들을 보면 어떤 느낌인지 아니. 누군가 그 아이들에게 스스로 살아가는 법을 알려줬으면 좋겠다는 거야. 난 언젠가 떠날 사람이니까”

학교폭력이라는 혹독한 정글 속에서 힘들어 하는 딸 도윤(채빈 분)과 그러한 그녀에게 진정으로 살아남는 법을 가르쳐주는 학교 짱 출신인 시한부 엄마 민주(유선 분)의 한 달간의 동거기 MBC 단막극 ‘드라마 페스티벌-아프리카에서 살아남는 법’(이하 ‘아프리카에서 살아남는 법’, 극본 김현경, 연출 김호영)이 7일 전파를 탔다.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셔틀’로 불리며 온갖 심부름을 하는 도윤 앞에 친엄마 민주이 나타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혼 후 처음으로 자신을 찾아온 민주에게 도윤은 잔뜩 가시를 세우지만, 속으로 내심 무조건 자신의 편을 들어줄 존재가 필요했던 도윤은 한 달간 같이 살자는 민주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렇게 10년 만에 함께 살게 된 모녀 사이에는 적막함이 떠돈다. 안 그래도 자신을 버리고 간 민주가 원망스러운 도윤은 학교폭력에 지친 자신을 위로하기보다 “왜 바보같이 당하고 사느냐” “자신이 살기 위해 힘든 짐을 친구에게 떠넘기다니 넌 참 비겁하다”는 민주의 질책에 “난 새엄마만 둘이다. 완전히 잘 나신 새엄마만 둘”이라고 크게 속상해 한다.

사진=아프리카에서 살아남는 법 캡처
사진=아프리카에서 살아남는 법 캡처
민주에게도 사연은 있었다. 도윤을 괴롭히는 아이들을 직접 혼내주고 싶은 민주지만, 도윤의 곁을 떠날 수밖에 없는 6개월 시한부 인생이었던 것. 이러한 까닭에 민주는 도윤 대신 아이들을 혼내주기 보다 진정한 생존법을 가르쳐주기로 결심한다. 도윤에게 “다시 그러지 못하게 내가 대신 혼내주겠다”고 말한 민주는 매일같이 늦은 밤 매일같이 빵 셔틀을 지시한 아이들에게 다가가 훈계한다. 아이들이 아무리 때리고 욕을 해도 민주는 온몸으로 맞서고, 자신을 만류하는 도윤에게 “아프리카에서 굶어 죽어가는 애들을 보면 어떤 느낌인지 아니. 당장 먹을 것을 줘야겠다는 생각도 하지만 누군가 그 아이들에게 스스로 살아가는 법을 알려줬으면 좋겠다. 난 그 아이들을 남겨두고 언젠가 떠나갈 사람들이니까. 네 마음이 행복한데로 하라. 단순한 행복은 거기에 있다”고 진심어린 조언을 한다.

피투성이가 되어서도 아이들과 맞서는 민주의 모습에 진짜 두려운 것은 신체적인 고통이 아닌 ‘두려움 때문에 자신에 대한 믿음을 잃는 것’임을 깨닫게 된 도윤은 서서히 자신을 위협하는 세력과 맞설 수 있는 힘을 키워나가게 된다.

‘아프리카에서 살아남는 법’은 “한국방송사상 최초로 촬영단계부터 특수영상, CG 등 후반작업까지 완벽한 UHD로 제작됐다”던 MBC의 자랑처럼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스크린 속 영화를 보는 듯한 영상미를 과시하며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개연성 있는 전개와 탄탄한 스토리 자랑하는 김현경 작가의 극본과 여기에 신인PD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무거운 소재인 청소년 왕따 및 학교 폭력 문제를 현실적이면서도 자극적이지 않게 풀어낸 김호영 PD는 연출실력이 만나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유선의 따뜻한 모성애 연기와 아역배우 채빈의 호소력 있는 연기, 그리고 코믹연기의 달인이었던 김민교의 진지한 정극 연기, 살벌한 일진을 완벽하게 소화한 윤소희의 연기 등 배우들의 호연이 어우러지면서 극의 감동을 더욱 배가 시켰다. 윤상이 작업한 것으로 알려진 음악들은 여기에 배우들의 감정의 변화에 따라 움직이며 감정을 극대화 하며 시청자들을 더욱 작품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사진=아프리카에서 살아남는 법 캡처
사진=아프리카에서 살아남는 법 캡처
단막극이 특성상 수입과 인기를 목적으로 하는 상업드라마가 아닌 만큼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기 어려운 분야다. 실제 단막극 시리즈인 드라마 페스티벌은 6.1%(닐슨코리아, 이하 전국기준)를 기록했던 1화 백일섭 주연의 ‘햇빛 노인정의 기막힌 장례식’(주연 백일섭)을 제외하고 2화 ‘불온’(주연 강하늘)이 4.5%를 기록했고, 3화 ‘소년, 소녀를 다시 만나다’(주연 김태훈, 최정윤)는 2.5%라는 저조한 시청률을 보였다. 이어 4화 ‘잠자는 숲속의 마녀’(주연 박서준, 황우슬혜)는 3.1%, 5화 ‘상놈탈출기’(주연 박기웅)가. 4.3%를 기록하는 등 모두 5%대를 넘지 못하는 저조한 시청률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성적에도 단막극이 방송계에 꼭 필요한 이유는 바로 신인 PD와 작가, 그리고 배우들의 등용문이 될 뿐만 아니라 기존 연출자나 작가들에게도 새로운 영감을 주는 순기능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KBS는 이러한 단막극의 순기능을 톡톡히 본 방송사 중 하나이다. 지상파 3사 중 ‘드라마 스페셜’로 단막극의 명맥을 유지해 왔던 KBS는 이를 통해 올 한해 인기 드라마 ‘학교 2013’의 이현주 작가를 시작으로 ‘직장의 신’의 윤난주 작가 ‘비밀’의 유보라, 최호철 작가를 발굴할 수 있었다.

‘아프리카에서 살아남는 법’ 역시 신인 연출과 작가가 만들어낸 작품이다. 아직 경력은 적지만 방영되는 1시간 내내 영화를 보는 듯 뛰어난 작품성을 보여주며 앞으로 이들이 보여줄 가능성을 증명했다. 2.7%라는 적은 시청률을 보인 ‘아프리카에서 살아남는 법’이지만 도윤을 입을 통해 “살면서 정말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실천할 용기가 없는 것이다.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는 것이 아프리카에서 살아남는 법”이라고 말하며 잊고 살았던 삶의 교훈을 전달, 오랜만에 자극으로 점철된 안방극장에 훈훈함을 안겨주었다.



“내년에도 MBC에서 단막극이 계속 진행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드라마 페스티벌의 이민진 CP는 “이들이 보여준 실력이 그 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낮은 시청률에도 앞으로 선보일 작품들이 기대되는 이유는 늦은 밤 단막극들이 펼치는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즐거움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917@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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