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국민소득이 제자리걸음인 반면 식료품 가격과 집값은 세계 각국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비싼 축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국가 비교 통계 사이트 넘베오는 한국의 과일·쌀을 포함한 식료품 12개 항목과 도심 아파트 매매 가격은 세계 119개국 가운데 상위 10%에 속하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지난 15일 밝혔다.
특히 식료품 가운데 바나나 1㎏ 가격이 3.42달러(약 4000원)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비쌌다. 한국보다 바나나 가격이 비싼 국가는 몽골과 버뮤다뿐이었다. 사과와 오렌지, 토마토 가격도 세계 4위에 올랐고 쌀과 감자 가격은 5위였다.
양파, 우유, 치즈, 쇠고기 가격이 세계에서 6번째로 높았고 흰 빵과 양배추 가격은 세계 11위 수준이었다.
넘베오가 집계하는 19개 시장 판매품 가운데 그나마 한국에서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싼 것은 물과 술, 담배였다.
물과 국내산 맥주 시장 판매가격은 세계 38위로 상대적으로 순위가 낮았고, 담배는 한 갑을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 44위였다.
집값도 손꼽히게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도시 중심가 아파트 매매가는 ㎡당 6659.57달러(약 787만5000원)로 세계에서 9번째로 비쌌다.
한국보다 도심 아파트 가격이 비싼 곳은 홍콩, 싱가포르, 스위스, 마카오, 영국, 일본, 룩셈부르크, 스웨덴이었다.
중국의 경우에는 13위였으며 미국은 44위에 그쳤다.
도심이 아닌 외곽지역 아파트의 매매가도 ㎡당 3604.61달러(약 426만2500원)로 세계 13위였다. 다만 아파트 월세는 상대적으로 순위가 낮았다.
도심지역 방 1개짜리 아파트의 월세는 536.35달러(약 63만4200원)로 세계 41위, 방 3개짜리 아파트 월세는 1309.6달러(약 154만8600원)로 세계 37위였다.
이외에도 식당에서 카푸치노 한 잔 가격은 세계 19위, 휘발유 1ℓ 가격은 세계 30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가운데서는 폴크스바겐 골프의 가격이 세계에서 25번째로 비쌌다.
넘베오가 집계하는 총 53개 항목 가운데 한국의 물가 순위가 하위권에 드는 것은 인터넷과 맥도날드 식사 가격 정도였다.
평균 속도 10Mbps의 무제한 광케이블·ADSL 인터넷 월간 이용액은 22.24달러(약 2만6300원)로 세계 82위에 그쳤고, 맥도날드 식사 가격은 5.11달러(약 6000원)로 70위였다.
하지만 이같이 최상위를 기록하는 물가에도 임금은 제자리걸음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의 임금 상승률은 지난 2011년 -0.9%를 기록했다가 2012년 5.3% 오른 뒤 2013년 3.9%, 2014년 2.5%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난해 3.5%로 약간 높아졌지만, 올해 다시 하락이 예상된다.
또 통계청의 지난해 3분기(7∼9월) 가계동향을 보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44만5000원으로 1년 전보다 0.7% 증가했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소득은 오히려 0.1% 줄었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는 '뜀박질'하는 물가와 제자리걸음인 임금 사이의 괴리에 대한 탄식이 쏟아진다.
한 네티즌은 "물가 상승에 비해 월급은 너무 안 오른다"며 "10년 전에도
다른 네티즌은 "물가는 10배가 됐는데 급여 수준은 10년 전과 똑같다"며 탄식했다.
"물가는 계속 오른다. 언제 월급 모아서 빚 갚고 미래를 대비하나", "500원이던 과자 한 봉지가 1400원 된 거 보고 놀랐다" 등의 반응도 이어졌다.
[디지털뉴스국 박소현 인턴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