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우리나라에는 송도라는 지명이나 명칭을 쓰는 곳들이 꽤 있죠.
대표적으로 인천의 강남으로 불리는 송도와 부산 송도해수욕장, 포항의 송도동 등입니다.
한문으로 소나무 송에 섬 도자, 일본말로는 마쓰시마라고 불리는데 이 마쓰시마란 말이 우리나라의 지명으로 쓰이는 과정에 숨겨진 어두은 역사가 있습니다.
노승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줄줄이 늘어선 고층 아파트와 빌딩들.
인천의 강남으로 불리는 송도입니다.
▶ 스탠딩 : 노승환 / 기자
- "송도는 단어만 보면 소나무가 많은 섬이란 뜻으로 언뜻 별문제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이 지명에는 떳떳지 못한 우리나라의 과거사가 있습니다."
이 일대의 원래 이름은 옥련동, 그런데 1936년 10월 1일, 갑자기 조선총독부 관보에 동 이름이 송도 즉 일본말 마쓰시마로 바뀝니다.
우리 역사에서 '마쓰시마'란 말의 시초는 우리나라를 침탈하려던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 참전한 마쓰시마 군함.
일본의 명승지인 마쓰시마의 이름을 딴 이 군함의 이름을 다시 따서 일제가 우리 지명을 바꿔버린 겁니다.
▶ 인터뷰 : 김일권 / 경기 부천 상동
- "전혀 몰랐죠.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계속 방치된 것이니까 잘못된 점이 있다면 제대로 바로잡아야죠."
1945년 해방 직후, 인천지명위원회가 마쓰시마처럼 일제가 일본 군함 등의 이름을 따 바꿔버린 지명 76개를 원상복구했지만,
어쩐 일인지 송도라는 명칭은 70년 넘게 그대로입니다.
더구나 마쓰시마, 송도라는 지명은 인천뿐 아니라, 전국적 명소인 부산 송도해수욕장과 포항의 송도동에도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19세기 말 일본은 우리나라 독도에도 마쓰시마란 이름을 덧씌우기도 했습니다.
▶ 인터뷰 : 조우성 / 인천 시립박물관장
- "(일본) 제국주의 군함의 명찰을 달고 있는 거예요. 일제의 손때가 묻어 있는 그런 지명이 전국 도처에 있습니다."
해방 72년이 넘도록 일제가 박아놓은 언어의 '말뚝'이 우리 주변에서 여전히 뽑히지 않고 있습니다.
MBN뉴스 노승환입니다. [ todif77@mbn.co.kr ]
영상취재 : 문진웅 기자
영상편집 : 이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