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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현대 미술 거장 폴 맥카시 5년만에 국내 개인전

기사입력 2017-09-14 15:06


미국 현대 미술 거장 폴 맥카시(72)의 하얀 턱수염과 불룩한 배는 산타할아버지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잔인한 선물 같았다. 5년 만에 여는 국내 개인전에서 목 잘린 백설공주, 볼품없는 원시 우상, 그의 몸을 본뜬 모형을 절단낸 조각들을 펼쳤다.
14일 서울 삼청동 국제갤러리에서 만난 그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폭력성에 대한 이미지를 투영했다"며 "부인하거나 돌려 표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세계 영화 메카인 할리우드가 위치한 로스앤젤리스(LA)에 사는 그는 미디어를 통해 폭력을 자각했다고 한다. 게임하듯 사람을 죽이고 테러 단체의 살인을 지상중계하는 동영상 등에 충격을 받았다. 폭력을 가장 직선적으로 표현하고 싶어 자신의 신체를 '컷 업' 시리즈 재료로 사용했다. 그의 나체를 본 떠 만든 모형을 3D 스캔한 후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우레탄 레진 조각으로 재구성했다. 다리가 머리 옆에 있는가 하면, 성기가 얼굴에 붙어 있다. 그의 몸이 잘린 회회 작품에서는 피가 낭자하다. 마치 B급 호러물처럼 관객을 불편하게 만는다.
작가는 "진짜 폭력을 보여주는데 내 신체가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행위 예술로 시작한 내 작품 세계의 근본이기도 하다"며 "나이들면서 내 몸이 쇠약해지는 것을 느끼는데 작품에도 영향을 미쳤다. 10년 후 올지도 모를 내 자신의 죽음을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40여년간 자본주의 상업성과 허구를 노골적으로 비판해온 그의 두번째 한국 전시 주제는 '컷 업 앤드 실리콘, 피메일 아이돌, WS(Cut Up and Silicone, Female Idol, WS)'. 작가는 미디어가 조작한 이미지와 우상에 속지 말라고 강조한다. 얼굴이 무너져 흘러내리는 백설 공주 머리를 형상화한 실리콘 조각들로 구성한 '스핀 오프' 시리즈로 강렬한 경고 메시지를 던진다. 2012년 국내 첫 개인전에서는 할리우드가 왜곡한 동화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의 위선을 까발린 아홉 난쟁이 조각을 보여준 바있다. 백설공주만 바라보는 귀여운 난쟁이가 아니라 늙고 배 나온 난쟁이들이었다.
작가는 "할리우드가 변형한 백설공주가 미적 기준이 될 수는 없다"며 "LA에서 살아서 그런지 미디어가 만드는 비현실 이미지와 현실 사이에서 혼동할 때가 많다. 대중에게 진실을 깨우쳐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 시리즈는 할리우드 엔터테인먼트 업계 마케팅 전략인 '스핀 오프'(파생 상품) 방식을 차용했다. 2년간 36시간 짜리 비디오 영상물을 만들면서 파생된 설치물과 조각 등을 전시했다. 실리콘 조각의 주조 과정에 쓰인 뼈대(코어)까지 보여준다. 작가는 "작업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도 내가 원하는 추상적 작품의 중요한 요소"라고 했다.
'여인과 우상' 시리즈는 이목구비와 손가락 등 신체 일부를 상실한 원시 우상 실리콘 조각으로 구성돼 있다. 프랑스 화가 프란시스 피카비아(1879~1953)가 거대한 이교도 우상을 안고 있는 에로틱한 여인의 형상을 그린 '여인과 우상'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맥카시 조각들은 점점 더 수척하고 기괴한 외형으로 변모해갔다. 욕망의 허무와 결핍을 담은 조각들이다.
작가는 "1990년초 피카비아 작품에 관심을 갖게 됐다. 피카소와 마르셀 뒤샹에 비견될 정도로 뛰어난 화가였으며 동시대 작가들에게 영감을 줬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서 한국 관객이 무엇을 얻고 가길 바라냐고 묻자 "예술은 결국 네트워킹"이라며 "내 경험과 관객 경험은 다를 수 있다. 관객 반응을 잘 수용하겠다"고 답했다.
1945년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태어난 작가는 샌프란시스코 아트 인스티튜트에서 회화를 전공한 후 서던 캘리포니아대학에서 영화와 영상, 아트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70년대 초부터 본능적 감각이 돋보이는 퍼포먼스와 영상작업으로 미술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현재 뉴욕 현대미술관(MoMA), 휘트니미술관, 구겐하임미술관,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 테이트 미술관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전시는 10월 29일까지.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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