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이 조현아·조현민 자매를 경영에서 퇴진시키고 대한항공에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이 논란이 된 지 열흘 만에 조양호 그룹 회장은 일가가 탈세 의혹을 받으며 관세청 압수수색까지 이어지자 어제(22일) 사과와 함께 두 딸의 경영 퇴진이라는 수습책을 내놨습니다.
그러나 탈세나 밀수 등 불거진 의혹들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어 '반쪽사과'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조 회장은 사과문을 발표하고 "조현민 전무에 대해 대한항공 전무직을 포함해 한진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즉시 사퇴하도록 하고,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도 사장직 등 현재의 모든 직책에서 즉시 사퇴하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로써 조 전무는 '물벼락 갑질'이 알려진 지 열흘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습니다.
조 전무는 지난달 16일 대한항공 본사에서 광고 회의를 하면서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소리를 지르고 물을 뿌렸다는 것이 알려지며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동생이 일으킨 '갑질' 논란의 불똥은 언니에게도 튀었습니다.
2014년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던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지난달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복귀했지만, 동생의 '갑질' 논란으로 한 달 만에 복귀가 없던 일이 됐습니다.
조 전무의 '갑질 논란'으로 시작된 이번 파문은 어머니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의 '막말 논란'을 거치며 한진 일가 전체에 대한 불법 탈세 논란으로 번졌습니다.
조 전무와 이 이사장은 '갑질 논란'과 관련해 수사 기관의 조사를 받는 신세가 됐고, 한진 삼남매는 관세청의 압수수색을 받았습니다.
조양호 회장은 이날 최근 논란에 대해 "대한항공 회장으로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제 여식이 일으킨 미숙한 행동에 대해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제 잘못이다. 국민 여러분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머리를 숙였습니다.
그러나 이날 사과문을 뜯어보면 내용이 '물벼락 갑질'에 집중됐고 '최근 한진 일가가 빚은 논란'이라는 표현으로 뭉뚱그려져 있어 각종 의혹을 해소하고 국민적 분노를 가라앉히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에 부회장직을 신설하고,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를 전문경영인 부회장으로 보임하겠다고 했습니
그러나 조 회장의 장남 조원태 사장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는 상황에서 석 부회장이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조 회장은 "그룹 차원에서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강화하고, 외부인사를 포함한 준법위원회를 구성해 유사 사태 재발을 방지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정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