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신촌 메가박스에서 진행된 `데드풀 2 관객과의 대화` 행사에 참여한 번역가 황석희 씨(오른쪽). [사진 = 김민지 인턴기자] |
그는 영어교육과를 졸업했지만 교사가 되고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러다가 "책을 번역하고 싶다"는 생각에 번역계에 발을 들였다. 설명서 번역부터 시작해 2006년부턴 TV프로그램과 드라마까지 활동 영역을 확장했고 2013년 '웜 바디스'부터 본격적인 영화 번역을 시작했다.
'스파이더맨: 홈커밍', '데드풀' 시리즈 등 마블의 오락 영화부터 '쓰리 빌보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등 묵직한 아카데미 수상작까지 요즘 흥행한 외화 곳곳에 그의 손길이 닿았다.
황 씨를 지난 24일 서울 신촌 메가박스에서 열린 '데드풀 2 관객과의 대화 (GV)'행사에서 만날 수 있었다. 영화 '데드풀2' 상영이 끝나고 그가 무대 위로 올라오자 여느 아이돌 부럽지 않을 뜨거운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 번역가 황석희 씨(39)가 번역을 맡은 '데드풀2'와 '스파이더맨: 홈커밍' 포스터. 데드풀2에선 자막 크기에 변화를 주고 스파이더맨에선 자막에 이모티콘을 넣는 등 파격적인 시도를 했다. [사진 = 각 영화사 공식 홈페이지 캡처] |
하지만 팬들의 기대는 황 씨에게 부담이 되기도 했다. 그는 "한창 데드풀 2 번역 최종 검토를 하고 있을 때 영화 오역 논란이 일었다"며 "이에 덩달아 부담이 커져 너무 스트레스 받았는데 무사히 작업을 마쳐 다행"이라 말했다. 최근 다른 번역가가 맡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대사 일부가 오역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 지난 4월 황 씨는 개인 페이스북 계정으로 전국의 '욕쟁이'를 모집한 바 있다. [사진 = 황석희 페이스북 캡처] |
황 씨는 번역할 때 등장인물의 말투에 신경 쓰는 편이다. 그는 "구어체 영어를 번역하기 때문에 극 중 인물의 말투나 성격, 상황에 따라 뜻이 확 바뀐다"며 "데드풀도 '얘들아 뭐 할래?'같은 어린애 말투를 구사하는데 그 점을 자막에 녹였다"고 밝혔다.
데드풀에 나오는 찰진 욕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 전국의 '욕쟁이'를 모집한 적도 있다. 그는 지난달 개인 페이스북 계정에 "패드립과 욕설 잘 하시는 분 계시면 써주실 수 있을까요"란 글을 올려 화제가 됐다. 그는 "댓글엔 많은 욕이 달렸는데 데드풀을 번역할 땐 쓰이지 못했다"며 "댓글의 욕은 스크린에 올리기엔 너무 수위가 셌다"며 웃었다.
↑ 번역가 황석희 씨. [사진 = 황석희 인스타그램 캡처] |
황 씨는 "(영화 자막의) 두 줄짜리 정해진 형식 안에서 제약을 뛰어넘을 방법을 찾으려 나름 노력한다"며 "물론 아무 때나 형식을 무시하면 안 되지만 관객에게 의미를 더 잘 전달할 수 있다면 이런 시도는 좋은 것 같다"고 밝혔다.
한 관객이 "어떻게 젊은 감각을 유지하냐"
[디지털뉴스국 김민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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