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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특검은 어쩌다 '빈손'이 됐을까

기사입력 2018-08-23 20:33 l 최종수정 2018-08-23 20:38

허익범 /사진=연합뉴스
↑ 허익범 /사진=연합뉴스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60일간의 1차 수사기간만 채우고, 오는 25일 수사를 마무리하기로 했습니다.
출범 이유였던 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한 미진한 수사와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사망이 특검의 퇴장을 재촉했습니다.
<드루킹 일당 2명 구속>과 <추가 댓글 조작 범행 규명> 이라는 초라한 성적표에, 전례 없는 수사기간 연장포기는 '빈손 특검'이라는 오명도 쓰게 했습니다.
30억 원이 넘는 예산으로 출범한 특검이 어쩌다 '빈손'이라는 치욕적인 수식어를 얻게 됐을까요.


■ 무엇이 달랐나

역대 가장 성과가 좋다는 박영수 특검과 견주어 보면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범죄의 성격도, 국민적 관심도, 권력의 생존 여부도 다른 상황이라 직접적인 비교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누군가는 이 세 가지가 차이의 핵심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기자는 특검의 '공보'를 짚고 싶습니다.
지난 특검의 국정농단 수사 당시 특검보는 매일같이 수사상황을 전해 유명세를 탔습니다. 반면 복잡한 등장인물, 첨단 IT기술이 동원돼 공보가 더욱 필요했던 이번 특검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기자들이 확인조차 되지 않는 의혹을 '전해졌다'고 전할 때, 일반 시민들이 이 사건에 관심 두기는 더욱 어려웠을 겁니다.


■ 꽈배기처럼 화합하자던 특검

꽈배기 /사진=MBN
↑ 꽈배기 /사진=MBN

수사개시 얼마 뒤, 허익범 특검이 기자들에게 꽈배기를 돌린 일화는 유명합니다. 특검과 기자들이 화합하자는 취지였습니다.
하지만 노회찬 의원 사망 이후 비판에 직면한 특검은, 언론보도를 문제 삼아 일방적으로 정례 브리핑을 중단했습니다. 특검법에 명시된 언론 브리핑을, 필요에 따라 '했다 안 했다'를 반복했습니다.
수사기간 60일 동안 주말과 휴일을 빼고 매일 브리핑했던 박영수 특검과는 다른 행보였습니다. 따져보니 허 특검은 같은 수사기간 동안 29차례의 브리핑만 진행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허 특검의 꽈배기는 화합·융화보다는, 기자단과 특검의 꼬여버린 상징이 되고 말았습니다.


■ 지휘부만 모르는 문제

특검 공보에 대한 아쉬움은 비단 기자만의 생각이 아닙니다. 김경수 경남지사의 영장심사가 있던 날, 특검 관계자들에게 구속 가능성을 물었습니다.
수사상황이나 확보한 증거 등을 고려하면 다퉈볼 만 하다면서도, 하나같이 '구속은 어렵지 않겠냐'는 반응이었습니다. 일반 시민들이 현직 도지사의 구속필요성에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특검 내부에서조차 '뜨뜻미지근한' 여론에 부담을 느낀 모양새였는데, 한 수사 관계자는 박영수 특검까지 거론하며 "이번 특검은 여론몰이(?)가 안 된다"고까지 표현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가 했던 예리한 분석도 전하고 싶습니다. "특검이 항상 모른다, 알려줄 수 없다고 하니 기사가 나오지 않는 것 아니냐"


■ 빈손으로 맞는 특검 2라운드
특검 브리핑 /사진=연합뉴스
↑ 특검 브리핑 /사진=연합뉴스

이유야 어찌 됐든 특검은 현재 '빈손'입니다. 심지어 특검 사무실 앞에서 늘 진상 규명을 요구하던 지지자들도 특검의 '연장 포기' 이후 돌아서 버렸습니다.
하지만, 끝까지 빈손인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직 재판 과정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특검은 김경수 경남지사를 불구속 기소할 계획입니다. 보안을 강조해온 특검이 재판 과정에서 어떤 반전을 일으킬지도 모르니, 빈손 여부는 그때 판단해도 늦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지난 두 달간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며 누구보다 특검의 수사를 관심 있게 지켜봐 왔습니다. 답답하고 안타까운 순간도 있었지만, 특검이 내놓을 결론은 국민도 받아들일 수 있길 기대합니다. 그래서 특검 스스로, 투입된 비용과 사회적 관심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언론과의 소통에는 실패한 특검이, 국민과는 소통할 수 있길 바랍니다.

[ 이병주 기자 / freibj@mbn.co.kr ]


◆ 이병주 기자는?
=> 현재 서울중앙지검 출입기자
2012년부터 기자 생활 시작해 사회부 취재를 담당, 지난 6월부터는 ‘드루킹 특검’ 취재를 전담했습니다. 오만한 기자가 되지 않으려고 늘 경계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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